박소영 거제시 문화공보담당관실 주무관
박소영 거제시 문화공보담당관실 주무관

'봄'은 누구에게나 설렘을 주는 단어일 것이다. 새 학년, 새 나이를 맞이하는 한 해의 시작이자, 인생의 한창때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거나 희망찬 앞날과 행운을 말하기도 한다.

긴긴밤이 새벽이 오리란 희망을 알려주듯 봄은 겨우내 움츠린 몸과 마음을 북돋울 희망이며, 꿈의 상징과도 같은 계절이다.

수필가 이양하 선생은 '신록예찬'을 통해 봄이 가져다주는 청춘과 희망을 노래하면서 신록의 아름다움과 그 신록이 주는 인생의 삶의 의미를 성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아니 그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가 발 디딘 이곳의 봄을 말하긴 어려웠다. 거제하면 조선업, 외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던 곳, 지나가던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닐 만큼 돈이 넘쳐났다는 여유롭고 호화로운 도시.

절대 불이 꺼질 리 없을 거라 굳게 믿었던 도시는 2014년 이후 조선업 침체를 겪으면서 집값이 폭락하고, 주택 공실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거리는 한산해졌고, 식당과 유흥가의 손님도 눈에 띄게 줄어버렸다.

쉽게 가시지 않는 코로나 오미크론도 우리들의 어깨를 잔뜩 움츠리게 했다. 모두 거제로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였으리라.

지역경제를 든든히 지탱해 온 조선산업의 끝을 모르는 불황, 이어진 전례 없는 코로나 위기 속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추웠다.

조선 노동자들의 고용을 장담할 수 없었고, 상인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으며 시민들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누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희망의 계절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에겐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꿈이란 그저 상상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졌고, 봄은 너무나 멀고도 멀게만 느껴졌다.

올해도 어느덧 입춘(立春)을 지나, 정월대보름을 보냈다. 아직 완연하진 않았다 해도 따사로운 햇살 아래 조금씩 돋아나는 새싹과 꽃망울이 어김없이 봄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곳곳에 꽃이 핀 매화나무 사이로 때이른 봄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의 모습도 활기차다. 양지바른 곳에선 머리를 내민 새싹 쑥을 캐는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하고, 거제의 토속음식인 도다리쑥국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속일 수 없는 대자연의 변화와 함께 거제의 새로운 움직임 또한 봄의 시작을 한껏 알리고 있다.

양대 조선소는 지난해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조선업 부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각종 방송과 SNS를 통해 거제의 아름다움이 전국적으로 재조명되고 주요 관광지가 핫플로 급부상하면서 관광산업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거제 부동산 시장은 6년 여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고, 거제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 정착하는 청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메이저리그 선수와 우리나라 대표 스포츠팀이 거제를 방문하며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국제적 규모의 국가정원 유치 희소식도 반갑다. 나아가 고속도로가 놓이고, KTX 열차가 달리고, 공항이 들어서는 장밋빛 미래도 정말 멀지 않게만 느껴진다.

너무나도 뻔하디뻔한 이야기지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길고 긴 터널의 끝에는 언제나 빛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해 빛을 만난 거제는 공곶이의 노란 수선화가 만개하고, 학동 파노라마케이블카가 개장하는 3월이면 더욱 더 진정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섣부른 기대지만 지긋지긋한 역병도 물러가고 지역경제도 기지개를 활짝 켜게 되리라 믿는다.

여러 난관 속에 많은 사람들이 거제에도 봄이 올까? 라고 물음표를 던졌었다. 그러나, 결국 겨울이 지나가고, 보란 듯이 봄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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