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신 성내공단협의회장

이성신 성내공단협의회장
이성신 성내공단협의회장

수주가뭄에 시달리던 조선산업이 적극적인 수주활동으로 일감은 충분히 확보했으나 배를 만들 생산인력의 절대 부족으로 배당받은 물량을 반납하는 등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거제뿐만 아니라 목포·영암·사천·통영·고성·진해·울주·울산 등 조선산업의 밀집지역은 똑같은 상황이다. 각 지자체와 업체는 비상 처방과 대책수립에 골몰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책이 없는 현실이다. 내놓는 대책들조차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조선산업 종사자는 대략 9만7000명 정도다. 2014년 11개 조선소(현대·대우·삼성 등) 기준 약 20만명이던 조선인력이 계속된 구조조정 등으로 2017년엔 10만명 정도로 감소됐고, 현재는 약 9만7000명 정도다. 국내 조선인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최소 약 6만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 인력이 각 조선소에 분산 배치돼야 인력부족은 해갈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력부족은 수주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잃은 대규모의 기능인력들이 조선현장을 떠나 대거 건설현장으로 이동 또는 전업을 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간 이후 조선현장으로 유턴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배를 만드는 기능(기술)인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다수의 사내·외 협력사에 대한 공사단가를 해주지 않아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2·3차 밴드 업체들이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해 도산해 흩어지거나, 인력을 모집해도 모이지 않아 업체를 구성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현재 받는 단가로는 도저히 인건비를 맞춰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매우 소극적이고 단기적이다. 수주 호황 때 우후죽순처럼 만들었던 조선 관련 학과를 수주가뭄을 이유로 아예 없애 버렸다. 조선산업이 3D 업종으로 젊은이들에게는 기피업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고 지원자 또한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중 조선업 임금이 가장 낮고 이직율이 가장 높다. 주52시간의 적용으로 연장근로 특근이 제한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 이직 사유가 되고 있으며, 이런 요인이 인력수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인력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조선업의 인력 공동화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국가가 상시 운영하는 조선업 기능(기술)인력양성소가 없다. 코로나로 인한 외국인 입국 제한으로 조선현장 보조공이 절대 부족하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선박건조 납기를 제때 지키지 못 할 경우 협력사의 경영난은 물론 대형조선소의 대외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인력감축은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숙련공은 물론 기술연수생까지 확보하기 위한 대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수주로 일감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협력사들의 현장 기능(기술)인력 수급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 될 경우 조선산업이 급속히 쇠락해 자칫 과거 세계 최강이었던 일본 조선산업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만일 해양플랜트가 많이 수주될 경우 인력 부족 현상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근본적인 처방은 선박의 90% 이상을 직접 건조하는 하청 기능(기술)직 생산인력을 하루속히 키워서 배출해 내는 것뿐이다.

국비를 투입해서라도 취부·용접·사상·비계·도장·마킹·족장·탑재·배관·전장 등 현장기능인력을 양성할 인력양성센터를 조속히 건립해야 한다. 건립장소는 가동하지 않는 공장들을 활용하면 된다. 가동하던 공장들이라 이론이나 실습에 안성맞춤이다.

지금부터라도 인력부족의 늪에 빠진 조선업을 살릴 방도를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하청업체에 대한 적정 단가와 처우 및 임금, 이탈한 기능인력들이 조선현장으로 복귀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책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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