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거제시체육회 사무국장

김명진 거제시체육회 사무국장
김명진 거제시체육회 사무국장

올해 2월 말쯤이었다. 창단식도 채 치르지 못한 거제시민축구단 선수들이 종합운동장에 도열해 있었다. 첫 출전을 앞둔 신고식의 자리였다. 코로나19로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선수 선발을 마치고 제대로 된 훈련도 며칠 못한 상태였다.

선수들은 결의에 차 있었으나 당시 현장에 있던 누군가의 눈에는 제대로 된 경기나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만큼 오합지졸(?)의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야말로 총 몇번 쏴보고 전쟁터에 나가는 식의 시민구단 출정식이었다.

2021 K4리그가 시작되자 그 우려는 시즌 초반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연패 속에서 승점 1점이 간절했고 첫 승리는 멀어만 보였다. 한동안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시민구단 집행부와 코칭스탭·선수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시름에 빠진 시민들에게 위로의 골과 희망의 승리를 선물하기 위해 그들은 축구화 끈을 다시 고쳐매고 경기에 임했다.

드디어 5월1일 일곱 경기만에 춘천 원정길에서 첫 승전보를 알린 시민축구단은 이후 홈경기 첫승도 함께 신고하면서 여름에 접어들어선 어느새 새끼 호랑이의 솜털을 벗고 맹수의 면모를 갖추며 상대팀들을 사냥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위권에서 맴돌던 리그 순위도 중위권으로 도약하고 몇 번의 연승과 시즌 막판의 질주에 힘입어 16개 팀중 리그 6위라는 신생팀으로서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시즌 막판에 거둔 5연승은 가히 압권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즌 초반 그 악조건 속에서 이러한 결과를 예측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시민축구단 뒤엔 늘 서포터즈들이 함께 했다.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처음 몇 안 되던 멤버들이, 어린 학생부터 어른까지 수십 명으로 늘어나더니 각종 응원 도구에 자체 현수막까지 제작해가며 다른 팀 선수들이 부러워 할 만큼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특히 마지막 전주 원정경기에는 버스까지 대절해가며 굳이 시즌 마지막 팀의 승리의 현장에 함께 있어 주었다.

거제시민축구단의 사령탑은 송재규 감독이다. 연초중·거제고 지도자로 평생 뼈를 묻은 거제 축구의 산 증인이나 다름없다. 감독 선임에서부터 시즌 초반 부진에 이르기까지 그 또한 구설이나 맘고생이 왜 없었을까마는 자신만의 탁월한 지도력과 리더십으로 시즌이 끝나자 난세의 영웅으로 귀환했다.

지금의 시민축구단이 있기까지 도움이 참 많았다. 창단의 취지를 이해하고 예산과 관련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시의회가 있었고, 팀의 구단주인 변광용 시장은 마지막 홈경기까지 거의 모든 경기를 시민들과 함께 환호하고 아쉬워하며 시민구단을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2017년 가을부터 필자와 함께 창단 준비 실무를 맡아 수고해준 시민구단의 김한주 단장, 축구에 빠져 사비까지 털어가며 오늘이 있기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김종운 시민구단 대표이사, 코로나19와 관련해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준 구단 관계자분들, 특히 홈경기가 펼쳐지는 날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역 자원봉사에 나서 준 거제시체육회 직원들과 봉사자분들 등 참 많은 고마운 분들이 함께한 일년이었다.

얼마전 시민구단에서 2022 신인 선수 선발 공개테스트를 가졌다. 작년과는 비교되지 않는 한층 여유로운 일정과 우수선수 선발로 내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쯤에서 나는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과연 내년 시즌을 마감하고 시민구단은 어떤 성적표를 우리에게 내밀까? 혹시 리그 승격이라는 선물 앞에서 당황해하는 시 관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그들이 가슴에 품었던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새로운 역사가 내년에 써지길 기대해 본다. 올 한해 목놓아 외쳤던 그들의 슬로건 'We make history'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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