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독과점 우려에 승인 거부 움직임 가시화
결합 무산 이후 대비 새로운 대안 모색해야

3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무산 이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는 물론 거제시와 정치권에서도 명분 없는 불공정 기업결합 추진에 대한 비판의 거세지면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또 다른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주인찾기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동걸 회장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결합 심사중이기 때문에 결과 예단은 부적절하지만 개인적으론 플랜D까지 고민한다"면서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도 토론회 등을 통해 기업결합 무산 이후에 대한 방안을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기업결합 무산과 대우조선해양 새로운 주인찾기 배경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거부 움직임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EU 반독점 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최근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거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거부 움직임이 구체화된 건 현대중공업이 지난 7일까지 'LNG운반선 시장 독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EU측 요구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해소방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EU집행위는 그동안 두 조선사의 합병시 기술력에서 앞서있는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EU가 명목상으로 LNG선 독과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실제론 두 회사 간 합병으로 인해 유럽·중동·북아프리카 사이에 LNG를 수송하는 해운선사들이 지출해야 하는 선박 건조단가가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는 시각이다.

2019년 두 기업의 인수합병 발표에 따른 경쟁국 기업결합심사를 시작했지만, U집행위는 3년 가까이 차일피일 미루다 내년 1월20일 최종 심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지금까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았으나,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EU는 심사기한을 내년 1월까지 미뤄둔 상태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금껏 제시한 독과점 해소방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중소조선사로의 LNG선 기술이전 협상이 결렬된데다, LNG건조 기술을 시장에 공개하는 방안은 '실질적인 기술 공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EU의 심사 승인을 얻지 못하게 되면 합병은 사실상 무산된다. 대형 선주가 밀집한 유럽 지역에서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1월 정부의 매각 발표 이후 근 3년간을 끌어온 현대측과 기업결합 여부가 새해 1월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합병 무산시 현대중공업그룹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3년간 현대중공업그룹에 실사를 당해 회사 기밀사항이 경쟁사에 유출된 점과 함께, 앞으로도 주인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재무구조의 불확실성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합병이 무산되면 인수 의향자를 찾을 절호의 시기로 평가된다. 가능성은 두 가지로 새 인수자를 찾거나 파산시키거나지만 파산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회생에 들어간 혈세만 7조원이 넘는다. 잠수함 등 군함 건조기술은 안보 측면에서도 놓칠 수 없는 자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수선 사업본부만 따로 떼 매각하는 방안도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은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 중심으로 의사를 타진하는 단계"라고 했다.

속도가 필요한 매각 작업이다 보니 EU 심사가 최종 불발되면 조만간 인수 후보군이 떠오를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시가총액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에 합의할 당시 3조6000억원 수준에서 2조6000억원으로 떨어져 부담을 덜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동걸 회장이 자신의 임기인 2023년까지는 결론 내려 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천타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최근 방위산업에 힘을 쏟는 한화·효성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M&A시장 단골 손님 SM그룹도 주목받는다. SM그룹은 지난해 한진중공업 인수를 추진하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도 입에 오른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3조4000억원을 쏟아부어 인수에 성공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선뜻 인수에 나서는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산업은행이 파격적 조건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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