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운(南雲) 원신상

“사람이 산다는 건 정열, 생명력, 활동력이 있어야지, 그게 아니면 사는 것이 아니다.”

백발노인의 손가락이 컴퓨터 자판위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프린터는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노시인의 인생이야기를 출력한다.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하루도 빠짐없이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으며, 인생이 아름다웠노라고 노래하는 남운(南雲) 원신상.

거제에서 태어나 거제지역의 교육과 예술을 위해 80 평생을 살아온 남운 원신상씨는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마치 스크린이 지나 가듯 옛 추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한다.

한국전쟁이 채 끝나지 않아 혼란했던 시절인 1952년 사등면에 소재한 기성초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그는 1995년 계룡초등학교에서 40여년 동안 평교사로 정년퇴직(국민훈장 목련장 수훈) 할 때 까지 오로지 거제지역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몸 바쳤다.

그는 “사람은 순수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야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고 그 바탕위에 상식과 지식을 심어야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며 “나름대로 이러한 소신을 지키고 살아왔기 때문에 내 삶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교육이념은 ‘성공하는 사람보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고, 거제지역 학생들을 풍요롭고 어진 사람을 만들기 위해 교편을 잡았다고 했다.

더구나 40여년의 교직생활 중 계룡중학교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환경이 열악한 시골학교에서 가난한 농·어촌 학생들과 함께 걸어온 교직의 길은 험난한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0평생 살아오면서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거제지역의 예술분야에도 많은 기록을 남겼다.

지난 1947년 그의 나이 19살 때부터 현재까지 60여년 동안 대학노트에 일기형식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작품이 279권, 2만여 편에 이른다.

60여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 온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10권의 시집을 낸다는 것에 대해 보통 사람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열정이다.

더구나 지난 93년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세계’와 ‘농민문학’에 등단을 시작으로 그의 시집 ‘석류꽃 필 무렵’부터 지난 2005년 발표한 ‘올 봄에’까지 모두 10권의 시집을 낸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의 시는 포로수용소, 실내체육관 옆 보훈탑, 월남참전기념탑, 능포 조각공원, 장승포 등 거제지역 여러 곳에 새겨져 있고  양지·고현·신현·중곡초등학교 등 거제지역 학교의 교가의 작사를 도맡기도 했다.

또 거제예총 지부장을 8년 동안 역임하면서 경남예술인상 (2001년), 예총예술문화상(2002년), 거제시민상(2005년)을 수상하는 등 거제지역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현재는 거제문인협회의 고문직으로 후배 문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60년 넘게 해온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늦지 않았다면 음악과 문학을 접한 활동을 생각 중이다.

그는 “예전에는 거제도 사람들이 물고기 배나 따먹으며 산다고 타 지역 사람들이 미천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력 있는 도시로 발돋움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제의 문화는 낙후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그는 “건물만 높아지고 이윤만 창출하는 것이 사람 사는 사회가 아니라 문화와 경제가 어우러져 발전하는 지역사회가 되어야 살기 좋은 사회다”며 거제지역의 문화예술을 염려했다.

그는 “예술은 특별한 재능이나 특정인물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문화속에 묻어나야만 진정으로 꽃 피울 수 있다”며 “거제지역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고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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