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경상남도 문화상 문학부분 수상자 윤일광 시인
문화예술의 불모지에 핀 한줄기 희망

60년만의 쾌거다. 그리고 거제는 비로소 '문화와 문학의 불모지'라는 꼬리표를 떳떳하게 뗄 수 있게 됐다. 제60회 경상남도 문화상 문학부분 수상자에 그의 이름이 오르기까지 노력에 박수와 감사를 표한다.

제60회 경상남도 문화상 문학 부문에 윤일광 시인이 이름을 올랐다는 의미는 남다르다. 경남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경남문화상이 만들어지고 60년.

그동안 거제출신으로 시상대에 오른 사람은 제2회 경남문화상 지역교육 분야 수상자였던 무원 김기호 선생이 유일했고 문학 부문은 이번 수상이 첫 사례다.

윤 시인의 수상 소식은 최근 조선경기 불황과 코로나19로 을씨년스런 분위기의 거제사회에 한 줄기 희망과 같다. 그리고 그의 수상을 계기로 이제 거제지역도 경제적인 발전이 아닌 문학 등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참 원했고 받게 돼 큰 영광인 상입니다"

30대 초반이었던 지난 1982년 '교육자료'로 등단해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는 그는 그동안 11권의 작품집 발간과 대한민국문학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 문학 관련 수상만 11회나 되지만 이번 수상만큼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경남 사람이기에 그리고 문학의 불모지라 불렸던 거제 출신이 받은 최초의 문학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남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경남 문화상의 심사 범위가 생애 전체의 활동을 평가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이 상은 전성기 시절 반짝하고 활동한 시인이나 아무리 뛰어난 문학가라도 꾸준한 활동이 없었던 사람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이다.

경상남도 문화상은 지역 문화예술 및 체육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선정해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수여하고 있으며, 지난 1962년부터 올해까지 363명이 선정됐다.

문학 부문 수상자인 윤일광 시인은 거제시문화예술창작촌의 촌장으로 거제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을 9년이나 운영했다.

또 시인이 창작한 노랫말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해 아이들의 꿈이 됐으며, 그가 쓴 교가는 학교의 자랑이 됐다.

특히 거제시는 문화 불모지 지역에 문화와 예술을 위해 이바지한 시인의 공로를 인정해 거제시민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영광인 '거제문화상'과 '거제시민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오롯이 거제의 문화예술과 함께한 40년

시인은 1982년 등단 이후 1983년 아동문학평론·1984년 시조문학·1985년에는 희곡으로 등단하면서 현재 거제지역 문화예술의 본산인 거제예술인총연합회의 시발이 됐던 거제문인협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등단'이라는 시스템이 대중화돼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등단을 할 수 있지만 당시에 등단은 지금의 등단 시스템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마침 그 시절은 거제문인협회가 태동할 당시였다. 거제문인협회가 한국문인협회에 정식 회원 협회가 되려면 한국문협 회원 3명이 지역협회에 가입돼 있어야 했는데 당시 거제문협에 한국문협 회원은 2명(당시 회장:이영호, 부회장:정용원)이 전부였다.

거제문협은 고심 끝에 김해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던 시인에게 거제문협에 가입해달라는 청을 했다. 시인이 거제문협과 함께하면서 거제의 문학은 한국문협과의 정식 인가를 받고 당당히 섬밖의 문인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제 거제문화를 위해 투자할 때"

수상소감을 묻자 그는 소감보다는 거제의 모든 시민이 시를 읽고 쓰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인식을 거제시와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거제는 경제적인 성공은 이뤄냈으나 문화는 아직 멀었기 때문에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왔고, 60년 전부터 만들어졌던 경상남도 문화상에 이제야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거제지역 사회와 행정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거제가 자랑하는 유치환 시인이나 양달석 화백을 위해 거제시가 투자한 것이 없고 사후 명성을 이용하기만 했을 뿐, 그들이 활동할 당시 어떤 도움이 있었냐는 물음이기도 했다.

그는 종종 수강생인 거제시민에게 “어떤 사람이 시인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그때마다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고 시를 쓰는 순간 시인이지 시를 쓰는 것을 게을리 하고 시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일반인과 같다”며 “문학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문학을 읽어주는 독자가 없으면 시인도 없기 때문에 독자도 시인이며 시인을 완성하는 지분은 작가가50%, 읽는 독자 50%”라고 말했다.

덧붙여 “대부분 사람들은 시인은 등단한 사람이 시인이라고 생각하지만 1년 동안 창작 활동을 하면서 기념이 될 만한 작품을 엮는 연간집에 제출하는 작품을 위해서만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라고 부르기는 무리가 있다”며 거제 문학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시인은 "지금까지 거제가 예술의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달고 살았던 것은 훌륭한 인재가 있었음에도 지역사회와 행정의 지원이 미약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거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 시민의 의식이 바뀌고 행정이 나서 지역 예술과 문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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