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거제면 오수리 941번지(죽림마을) 선착장 끝 바닷가 '여치끝'에 만들어져 있는 '수중묘'.
거제시 거제면 오수리 941번지(죽림마을) 선착장 끝 바닷가 '여치끝'에 만들어져 있는 '수중묘'. /사진= 최대윤 기자

'수중묘' 하면 삼한을 통일한 신라 문무왕의 묘인사적 제158호 대왕암(大王巖)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거제에도 사연이 담긴 수중묘가 있다.

거제면 오수리 941번지(죽림마을) 선착장 끝 바닷가 '여치끝'에 만들어진 이 수중묘의 주인공은 1863년에 태어나 1948년에 생을 마감한 '배귀임 할머니'다.

늘 물에 잠겨있는 대왕암과 달리 할머니의 수중묘는 누구나 물때(조석예보)만 맞추면 쉽게 갈 수 있는 '수중묘'다.

문무왕이 신라의 안녕과 번영을 걱정했다면 할머니는 죽어서도 오랫동안 자식을 얻지 못한 막내아들을 걱정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죽림 수중묘가 처음부터 바다 가운데 있는 수중묘는 아니었다. 애초 이 무덤은 죽림마을 해변인 '여치 끝' 자락에 있었다.

죽림마을 주민에 따르면 무덤의 주인공인 배 할머니는 생전 6남4녀를 낳는데 이중 막내아들만이 결혼한지 오랫동안 자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낮잠을 자던 할머니의 꿈에 조상이 나타나 "49일 후에 죽게 되면 마을 끝 바닷가인 '여치 끝'에 묘를 쓰라"고 말했다. 꿈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자신이 죽거든 꼭 여치 끝에 묻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자식들은 처음에는 할머니의 부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을 계산 해보니 할머니가 꿈 이야기를 한 지 정확히 49일째 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정성스레 장례를 치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자식이 없어 애를 태우던 막내 부부가 1남 1녀를 얻었고,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대를 이어 죽림마을에 번성하게 됐다.

이후 현몽에 따라 묘를 써 자식을 얻게 된 영험하고 전설같은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자손이 귀한 집이나 결혼 후 오랫동안 자손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자식을 낳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기 위해 찾는 일이 이어졌다.

하지만 할머니의 묘는 자식들이 우려한 것처럼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육지와 연결된 부분이 파도에 쓸려 바다 가운데 묘로 변해 버렸고 이후에도 태풍 셀마와 매미 등 자연재해로 봉분이 깎이고 훼손됐다.

할머니의 자손들은 할머니의 묘가 더는 파도에 쓸려나가지 않도록 무덤을 돌담으로 둘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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