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신청 보복행위 처벌조치…여전히 구멍난 산재예방 정책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대우조선 노동자에게 처음으로 ‘추정의 원칙(직업성 암)’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사업장 유해요인과 발생질병 사이에 상관관계를 인정해 산재절차를 간소화 된다.

대우조선에서 해마다 4~5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재승인 접수일인 올 5월28일부터 8월31일 인정된 날까지 약 3개월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이는 직업성 암 판정이 평균 1년을 상회함을 비춰볼 때 상당한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추정의 원칙, 대상자에 따라 적용기준 제각각

지금까지 똑같은 산재 사안일지라도 대상자에 따라 적용기준이 달랐다. 개인의 산재 신청에는 불필요한 역학조사 등 절차의 간소화 없이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는 반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상대적으로 산재처리 기간이 단축됐다.

이에 모든 노동자에게 신속한 치료와 보상을 지원하기 위한 추정의 원칙 법제화 및 대상 확대 등 제도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석면 노출…건강관리카드 발급대상 제외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배경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의 건강관리카드(산업안전보건법 137조) 발급 투쟁의 영향이 컸다.

지회는 과거 조선소의 석면 취급부서 및 직무를 파악해 건강관리카드 발급 투쟁을 전개하면서, 재해자가 용접흄 외에도 가스켓 절단 작업으로 석면에 노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산재신청 초기부터 적극 대응했다.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선제적 예방대책 필요

건강관리카드는 정부가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를 추적·관리해 퇴직 및 이직 후에도 특수검진을 지원하고, 관련 질환 발생 시 산재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잘 모를뿐더러 발급 주체인 노동부조차 홍보에 소극적이다. 이에 대우조선지회는 올 2월 석면건강관리카드를 발급 투쟁을 전개해 10월15일 기준 168명의 카드가 발급됐다.

단, 조선소에서 용접흄·디젤연소물질·도장페인트 등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석면과 똑같은 1군 발암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카드발급 대상기준에서 제외돼 있다.

산재신청 보복행위 처벌…국내 첫 사례  

지회는 산재은폐 근절 투쟁을 병행하며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 쟁취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6월께 사업주의 허락 없이 산재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재해자를 집단 따돌림시킨 사업주를 산재보상보험법 제111조의 2(불이익 처우의 금지) 위반의 고발조치에 검찰은 불구속구공판 처분을 내려지게 했다. 그러나 최초 신고부터 기소처분까지 1년 3개월이 소요됐다.

피해자의 보호조치가 전무한 채 산재피해 노동자는 또다른 고통에 내몰려야 했다. 또 산재은폐의 근복적인 원인이 보복행위에 있음에도 처벌로 이어진 것이 국내 첫 사례라는 현실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대우조선지회는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 사수를 위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이상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다치면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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