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서양은 음식문화가 다르다. 서양은 단품형 메뉴 중심으로 식사를 한다. 스프 먹고 나면 고기가 나오고, 고기 먹고 나면 과일이 나온다. 스프와 고기와 과일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는다. 음식을 섞는 법도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폭탄주가 없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음식문화는 통합형 메뉴다. 모든 게 한꺼번에 올라온다. 밥과 국을 비롯해서 김치·나물·채소·생선 등 갖가지 반찬들이 동시에 진열된다. 먹는 사람이 자기 입맛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밥 위에 고기를 얹어 먹고, 밥을 국에 말아 먹기도 한다. 서양처럼 밥 먹고 나서 국 먹고, 국 먹고 나서 생선 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뷔페식당에 가면 접시 하나에 여러 음식을 수북하게 담아 온다. 밥·소고기·돼지고기·잡채 계란찜·김치 등 비빔밥 수준이다. 뷔페에 접시가 많은 이유는 음식을 따로따로 종류별로 담으라는 것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한 접시에 담지 말고, 소고기를 먹고 난 그릇에 돼지고기를 담아 와서도 안 된다. 음식의 맛이 섞이지 않아야 고유의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뷔페에 접시가 많은 이유도 종업원이 접시를 얼른얼른 치우는 것도 그런 탓이다.

우리 음식은 통합형이기 때문에 동시에 올린만한 큰상이 필요하다. 그 상에 여럿이 둘러앉아 같이 먹는다. 그래서 두레상이라 부른다. 독상도 있고 겸상도 있지만 이 두레상으로 식구라는 유대를 돈독하게 가질 수 있게 됐다.

밥 때가 되면 상을 펴는 사람, 음식 나르는 사람, 수저 놓는 사람 등 가만히 앉아서 누가 챙겨주면 먹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역할도 나눠서 했다. 두레상에는 밥상의 융통성도 있다. 밥과 국은 각자 따로지만 반찬은 공용이다. 그러기 때문에 갑자기 손님이 와도 밥과 국만 있으면 같이 먹을 수 있다. 숟가락만 걸치면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두레상이다. 그런데 우리 문화에 두레상이 사라졌다. 두레상이 사라지면서 식구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생물학적 가족구성원만 남게 됐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