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 그동안 따스하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져 가을을 느끼게 하네요. 가을이 되면 제일 아름다운은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가을 단풍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풍이라면 내장산이 유명한데 가보면 온 산이 노랑빨강으로 울긋불긋 하게 물들어 마치 불붙은 것 같은 엄청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 광경을 보고자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로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지요.   

두 번째로 가을을 말하라고 하면 풍성한 과일과 각종 열매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이 되면 드넓은 벌판에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추수를 기다리며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들판은 글자 그대로 장관이지요. 세상에 누가 저런 신비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으며, 어떤 화가가 저런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풍요롭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저 광경은 창조주의 신비요 기적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지난 3월 무지개숲 요양원 밭에 고추를 심었습니다. 요양원에 입소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제공할 량으로 심은 고추가 얼마나 많이 열리는지 요즈음 빨간 고추를 말리는 게 일입니다. 2-3일 지나면 또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는데, 열매를 딸 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심을 때 이랑을 만들고, 비닐치고, 물주고, 풀 메고 하던 고생은 잊어버리고 내년에는 더 심어야지 하는 욕심이 절로 생겨나네요.    

이처럼 우리들을 넉넉하게 해 주는 가을의 자랑은 열매입니다. 사람들은 열매를 거두기 위해 매일 밭에 나가 땀 흘리며 수고하는데, 고추를 심었는데 고추가 안 열리고, 감나무에 붉은 감 홍시가 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실망이 크고 낙심이 되겠습니까? 열매를 맺어야 할 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하면 아무 쓸모짝이 없는 나무요, 더 이상 존재할 가치도, 존재할 이유도 없는 나무이겠지요.

성경 (마21:18-19) 말씀에 예수님이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여 마르게 하신 사건이 나오는데 이는 마땅히 열매를 맺어야 할 무화과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하니, 땅만 차지하고 거름만 낭비할 뿐 더 이상 소용이 없는 나무이기에 마르게 하셨던 것인데, 이는 나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로 열매를 맺지 못하면 이와 같이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교훈하셨던 것이지요.

무슨 말인고 하니 평생을 고생하며 살긴 살았는데 우리 인생의 열매가 없다면 밥만 축낸 인생이요, 헛된 삶이 되는 것이니 열매 맺는 인생이 되라는 말씀이지요.

어떤 아들이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 묘비에 뭘 쓸까 생각하다가 아버님이 일평생 사시면서 하신 일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먹다가 살다가 돌아 가셨다>라고 기록했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들도 혹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는지요?

만약 그렇게 산다면 그건 그냥 사는 것일 뿐 더 이상의 의미가 없는 생물학적 인생입니다. 짐승은 그렇게 삽니다. 하지만 사람은 달라야 합니다. 우리는 육체적(동물)이 아닙니다. 영적 존재요, 신령한 하나님의 백성들이요, 땅에 살다가 썩어 없어질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사람은 생존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의 존재로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를 추구하며 부자로 잘 사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사는 인생 즉 존재의 이유를 추구하는 고상한 인생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 때에 사람답게 사는 것이요, 의미있는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이며, 어떤 열매를 남기고 가야 할 것인지를 이 가을을 보내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모든 식물들은 열매(과일)라도 남겨 많은 생명을 살리며 유익을 끼치는데, 너희 인생들은 어떤 열매로 세상을 유익되게 하며 살고 있느냐 그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부자로 잘 살고, 많이 배우고, 출세ㄴ해서 사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도리어 “내가 너에게 재물(부)도, 건강도 ,지혜도 다 주었는데 너 그것 가지고 무엇하다 왔느냐?”고 이 후에 물을 것이니,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소비(허비)의 인생이 되지 않도록 늘 자신을 채찍질해야 합니다.

이 가을에 가난하게 사셨지만 자신을 희생하므로 만 백성들을 살리신 예수님의 십자가의 열매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