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련 거제예술인총연합회 회장

"이제야 살림살이 정리가 다돼가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10월이네요."

7개월, 시집을 오면 살림살이 위치부터 챙기듯 원순련 거제예총 지회장이 거제 예총의 현실과 위치를 찾기 위해 숨 고를 새 없이 지나간 시간이란다.

원 지회장이 각 지부와 예총을 파악하는데 공을 들인 것은 지역의 예술인들이 예총이라는 커다란 그릇에 함께 담겨있지만, 사실 각 분야의 협회마다 고유의 사업이 있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바라는 예술 활동을 하나하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 불모지요, 그건 예전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사라져야 할 꼬리표죠."

원 지회장은 1982년 거제문인협회가 창립하고 그 이듬해부터 문학활동을 시작해 40년 가까이 거예술에 몸담아 온 거제예술의 산증인으로 거제예술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래서 예전부터 타 지자체 예술인들이 거제의 예술을 '섬동네 예술'이나 '불모지'로 깎아내리는 일을 마주할 때면 퍽 속상하고 불편했었다.

그러나 원 지회장은 현재 거제예술의 입지는 다르다고 자신있게 피력하고 있다. '불모지'로 불리던 시절은 이미 옛이야기라는 것이다.

전국의 굵직한 대회에서 심심찮게 거제예총 각 지부의 이름이 보이기도 하지만, 30~40년 전에 비해 예술을 전공한 회원들의 영입과 양성이 대거 이뤄진 것도 이유지만, 그동안의 노력으로 시민들이 예술을 접하는 수준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원 지회장은 거제가 예술의 불모지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 이영호·원신상·최태황·박영숙·김운항·정애순 등 역대 예총 지회장들과 회원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거제에서 유치환·김기호·양달석·이시우 등을 배출하고 또 그 후예들이 예술혼 정신을 이어가고 발전하고 있는 예향이라고 했다.

"거제예술의 위상 높이기 위해 거제예술제를 강행했습니다"

원 지회장은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어렵지 않은 분야는 없겠지만, 특히 예술 분야의 참담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예술의 창작과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매년 공을 들여오던 각종 발표의 장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 지회장은 오는 15일 지난해 코로나로 취소됐던 거제예술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섬, 예술의 날개를 달고'주제로 진행될 이번 거제예술제는 거제예총 7개 지부가 코로나로 지쳐있는 시민에게 힘이되기 위해, 또 예술을 꽃 피우는 것이 예술가의 사명이요 숙명이라는 생각에 코로나 여파에도 원 지회장이 포기하지 않은 사업이다.

그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방법의 전환으로 개최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제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참여하고 예술가의 혼이 묻어나며 공감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원 지회장은 거제예술제를 강행하는 이유가 코로나로 움츠렸던 거제시민들의 가슴에 '거제의 예술혼'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인 만큼 '대충'은 없다고 했다.

"예술은 당장 보이는 유형의 자산이 아닌 미래의 거제를 살찌우는 유산입니다"

40년 가까이 거제의 예술혼을 일깨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거제예총 사무실은 현재 거제문화예술회관 한 켠에서 초라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예총 사무실인 옛 옥포여객선터미널은 전시실을 겸비한 단독 건물이었지만 거가대교 건설로 인해 패쇄되면서 2009년 6월1일 부득이하게 좁은 거제문화예술회관으로 사무실을 이전해 월세까지 내며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이전 당시엔 곧 적당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행정의 약속이 13년째 지켜지지 않는 동안 햇볕도 바람도 들지 않는 쾌쾌한 골방을 차지한 거제예술인들의 보금자리는 거제예총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거제시를 예술의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선 행정의 도움보다는 예술인들의 양성과 왕성한 활동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원 지회장이지만 부족한 것도 모자라 매년 축소되는 예술 관련 예산을 바라보면 앞이 캄캄하다고 한다.

그래서 원 지회장은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거제 예술인의 수장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예총 사무실·연습실·전시실·공연장뿐만 아니라 거제예술의 어제와 오늘을 오롯이 담아 보관할 수 있는 예술의 창고로서의 거제예총회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원 지회장은 거제 예술인의 권익을 위해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주변의 눈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거제예총 발전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원 지회장은 "그동안 거제예총은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각종 예술사업을 하다 보니 예술인의 권익과 거제예술의 위상을 세우는데 부족한 면이 있었다"면서 "진정한 지역발전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없이 이뤄질 수 없듯 거제지역 예술인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온 힘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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