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수면자 효과란 신뢰성이 낮은 출처의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 설득 효과가 높아지고, 반대로 신뢰성이 높은 출처의 정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설득력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정보의 지속성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수용자들의 태도 변화를 칭하며, 수용자가 정보에 노출된 직후보다 시간이 지난 후 그 정보에 대한 태도가 변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1974년 미국의 아폴로 로켓 개발에서 참여했던(실은 문서작업만 참여했다.) 빌 케이싱이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은 300억 불짜리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했다. 미국인들은 아무도 그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으나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후 이 논란이 온라인 세상으로 옮겨 오면서 이 논란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 세력을 확장하게 되었다. 

2009년 한 웹사이트에 암스트롱 및 함께 승선했던 올드린이 달 표면에 내리는 장면을 패러디한 동영상이 소개됐는데 웹사이트에는 이 동영상에 ‘재미로 만든 영상’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지만, 이런 동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1969년 NASA가 생중계한 닐 암스트롱의 동영상 역시 조작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1974년에 제기됐던 이 음모이론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미국 젊은이의 대다수가 미국은 실제로 달에 가 본적이 없다고 믿게 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짜 논쟁에서 음모 이론자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를 보면 신빙성 있는 증거는 찾기가 힘들고 달 착륙이 사기라는 주장의 시발점이 된 패러디 영상이 그야말로 ‘재미로 만든 영상’ 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람들은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인 양 받아들이게 됐다. 이렇듯 소문이 꼬리를 물다보면 처음 발단이 된 정황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유언비어만 남아 판을 치게 된다.

이런 수면자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곳이 정치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소문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에 대해 처음에는 ‘그럴 리가’ 하면서 웃어넘기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도 모르게 그 소문을 믿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인간의 기억이 메시지의 내용보다 그 출처를 더 빨리 망각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고 일어나면 소문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잊어버린다’는 의미에서 ‘수면자 효과’라고 부른다.

어느 핸가 어떤 도시의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추문이 흘러나와 여러 뉴스 매체에서 보도되고 기사화 되었다. 그래서 그 원천을 조사해 보니 상대 쪽 진영에서 퍼뜨린 정치 공작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미 추문에 대한 뉴스를 접한 유권자들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접한 뉴스의 내용이 너무 부정적이라 그것이 상대 후보 정당의 정치공작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권자들 사이에 사실로 받아들였고, 결국 그 후보는 낙선을 했다.

정치인들의 목표는 오직 ‘당선’ 인 로고 일단 아무 말이든 던져 보고 낚이면 고맙고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 공작을 수면자 효과를 이용해서 승리한 것이다.

내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마다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치러지고 있는 중이다. 각 당의 후보들의 면면을 보아하니 내 생각에 도덕성 ‘0’에 가까운 후보도 있고, 상대편 사람들이 불러도 못들은 척 하거나 능글맞게 비실비실 웃어대는 도무지 대화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후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서 뭔가 하려나 싶었는데 요새는 도무지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후보 등 다양한 얼굴과 스펙을 자랑하는 후보들이다.

나는 누가 대통령으로 나서던지 상대방을 낙마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 공작을 하고 작은 단서 하나로 없는 일을 꾸며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서 사람들로 하여금 정확하게 후보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는 등 수면자 효과를 정치 공작에 이용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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