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형 新 새마을운동 '심심팔팔'⑥]낙후된 지역거리에 활기를

지역 인구의 약 70%가 직·간접적으로 조선산업 종사자인 거제지역은 조선산업 다음으로 수산업과 관광업으로 살아가는 도시다. 특히 거제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경남지역 제1의 관광지로 손꼽히며 1000만 관광객 유치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거제지역의 관광은 단순 자연경관에만 치중한 관광산업이 대부분으로 늘 인프라 부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최근 몇년 동안 조선산업 침체로 고용위기지역에 지정된 거제시는 지난해와 올해까지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며 조선산업 뿐만아니라 관광산업까지 위기에 몰리려 있어 적극적인 정책 및 관광콘텐츠 개발이 절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거제지역의 특색있는 마을과 거리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등 지역의 특색있는 마을과 거리를 역사와 테마형 관광자원을 찾는 일에 함께 고민해보기로 했다. 기획취재는 지역의 관광산업 부활을 염원하며 거제지역의 마을과 거리를 국내·외의 특색있는 거리와 비교·분석하고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찾아 거제지역의 실정에 맞게 비교·대입해보는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한다. 관광 콘텐츠 및 인프라 개발에는 적잖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침 올해 거제지역에는 다양한 국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기획 기사는 거제시가 진행 중 이거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관광지를 취재 대상지로 선정하고 이와 접목할 수 있는 국내외의 관광지를 찾아 대안을 제시를 목적으로 한 기획기사를 6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이번 기획취재를 진행하면서 찾아간 지역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강점을 살렸기 때문에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 지역을 돌아보고 배우며 우리 지역의 여건에 맞춰 소외된 관광지나 장소를 바꿔보자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된 계산이었을지 모른다.

거제지역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을 해석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지역의 장점을 보기 전에 우리 지역의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였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듯 가장 거제스러운 것이 지역관광을 살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은 현재 거제관광 1번지로 불리는 남부면 바람의언덕과 옛 거제관광 1번지로 불렸던 해금강(갈곶리) 모습.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듯 가장 거제스러운 것이 지역관광을 살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은 현재 거제관광 1번지로 불리는 남부면 바람의언덕과 옛 거제관광 1번지로 불렸던 해금강(갈곶리) 모습.

무엇으로 먹고살까에 대한 고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논골담길에서는 거제의 성포항이 보였다. 오징어 배가 사라지면서 쇄락의 길을 걷던 묵호항과 거제대교 완공 이후 여수와 부산을 오가던 여객선이 사라져 서서히 쇄락한 성포항의 처지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묵호항과 마찬가지로 성포항도 70~80년대의 감성을 일으킬 만한 다양한 장소가 남아 있는데다 묵호항의 해돋이 만큼 매력적인 해넘이가 있다는 사실도 두 지역을 비교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차이점은 성포항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횟집과 찻집을 열어 먹고 산다면 오징어와 명태를 팔아 먹고 살던 묵호항 사람들은 관광객들에게 감성을 팔아 먹고 산다는 점이었다.

특히 논골담길 벽화는 전문 예술가뿐만 아니라 지역의 어르신들이 직접 벽화 그리기에 참여해 옛 기억을 담아내고 있었다는 점과 전국의 수많은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벽화사업에 차별화를 뒀다는 점이었다.

묵호항 논골담길 벽화와 관련해 현재 사업 완료 단계에 들어선 장승포 도시재생사업의 벽화는 한국 전쟁과 피난민의 수용을 스토리텔링 했지만 지역민의 감성은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근대 이후 일본인촌이 형성되고 국제항으로 번화했던 장승포의 기억을 시대별로 더듬어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또 동해시가 지난해 논골 1길과 등대오름길 벽화 9곳을 새롭게 단장한데 이어 올해도 탈색 및 훼손된 벽화 10여곳을 보수하고 구간별 안전울타리 등을 정비하는 등 꾸준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모습이었다.

'오징어와 명태'로 먹고 살던 강원도 동해의 묵호항 논골담길은 현재 관광객에게 감성을 팔아 먹고 살고 있다.
'오징어와 명태'로 먹고 살던 강원도 동해의 묵호항 논골담길은 현재 관광객에게 감성을 팔아 먹고 살고 있다.

옛 공간에 입혀진 새로운 젊음

거제면 지역은 '거제'라는 지명의 중심이지만 현재의 거제를 대표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제면 지역의 상징적 모습은 현재보다는 100년 전에 더 가깝다.

거제현 관아를 비롯해 거제향교, 반곡서원, 옥산금성은 그야말로 전통의 모습이다. 하지만 거제면 시장 골목 곳곳에 그려진 벽화는 주제도 스토리텔링도 없다.

몇년 전 거제섬꽃 축제에 있었던 '신관 사또 행차'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나 거제에 회양적을 처음 알린 '유섬이처자'의 스토리텔링, 혹은 거제면을 지나간 수많은 유배자들과 설화같은 실화인 곤발네 할매의 이야기를 알리는 방법도 좋을 듯 하다.

거제면의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취재지는 경주의 '황리단길'이었다. 경주의 황리단길도 거제면 지역과 같이 원래는 개발이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카페와 소품 가게가 들어서며 옛 것과 현대적인 것의 조화를 보여주는 곳으로 변했다.

황리단길 주변으로 국가사적이 길거리의 돌멩이 치이 듯 많은 곳이지만 편리하고 깔끔한 현대 이미지 보다는 전통한옥 스타일이나 옛 정취가 묻어나는 낡은 건물을 고수하고 고풍스럽게 꾸며서 건물 자체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더구나 황리단길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7년도부터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만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꽤 번화했던 거제면 장터도 변화를 두려워 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황리단길 사람들에게 배울 필요가 있어 보였다. 거제면시장 골목을 보물찾기하듯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새로운 공간이 꾸며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 황리단길은 나름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지역민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경주 황리단길은 나름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지역민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거제관광에 색을 입히자

이번 기획 취재를 하며 돌아본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컬러마케팅 하나로 '세계적'인 장소까지 끌어올린 퍼플섬 반월도와 박지도였다.

온 마을을 보라색으로 입혔을 뿐 섬으로 들어가는 퍼플교 외엔 별다른 관광 인프라도 없지만 퍼플섬은 최근 '가고 싶은 섬이나 관광지'를 선정하는 설문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됐다.

취재 기간 내내 '별거 없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퍼플섬과 퍼플교의 탄생 이면에 '김매금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이라는 스토리텔링이 인상 깊었다.

퍼플섬을 돌아보며 떠오른 거제의 관광지는 잊혀져가는 거제 관광1번지인 해금강과 갈곶리였다.

국내 항공편이 발달하지 않았던 60~70년대 경주시와 버금가는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았고 80년대까지 명승2호 해금강의 유명세에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빈 상가와 빈집만 덩그러니 줄지어 슬럼가를 연상케 하는 이곳을 컬러마케팅으로 하면 되살아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시황제의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불의 스토리와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있고 넓은 주차장과 인근에 여객터미널·명승2호 해금강·우제봉전망대·동백숲, 바람의 언덕 등 볼거리까지 갖춰진 갈곶마을에 색을 입히는 용기는 주민의 몫이다. 꼭 갈곶마을이 아니라도 신안에 퍼플섬이 있고 이탈리아에 산토리니가 있듯 거제에도 이에 버금갈 색(色) 마케팅으로 전국은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 받을만한 관광지 하나쯤 개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컬러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신안군의 반월·박지도와 같이 거제지역에도 이에 버금가는 색으로 꾸민 관광지 하나쯤은 필요해 보인다.
컬러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신안군의 반월·박지도와 같이 거제지역에도 이에 버금가는 색으로 꾸민 관광지 하나쯤은 필요해 보인다.

'메이드 인 거제'의 꿈

거제 관광을 이야기할 때 종종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하는 제주도의 가치는 '코로나'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제주도 취재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관광지는 천혜의 자연경관이나 잘 정비된 관광 인프라도 아니었다.

동백숲이지만 동백꽃이 없는 동백숲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동백 정원으로 이름을 알렸으면서도 사계절 다양한 꽃들로 쉴 새 없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게 만드는 마케팅의 힘이었다. 개인이 공들여 조성된 울창한 카멜리아힐은 가족이나 연인에게 한번쯤 방문해보는 것을 권할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고 제주스러운 곳이었다.

제주도는 제주스러움으로 가득하기에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 가야만 먹을 수 있고 제주에 가야만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기에 코로나 유행에도 제주공항은 언제나 북적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바람의 언덕이나 외도도 좋지만 거제를 상질 할 수 있는 가장 '거제스러운' 풍경을 찾고 거제 시민은 물론 관광객 모두가 찾을 수 있는 거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문화공간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 메이드 인 거제의 꿈은 과연 실현 가능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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