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조협회 거제지회 김재언(78) 회장

오는 9월5일 거제시청소년 수련관 대강당에서 '제20회 전국 국악정가 경연대회'가 열린다.

사단법인 대한시조협회 거제지회가 주관·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사실 올해로 21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대회 유치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유행이 여전하지만 대한시조협회 거제지회 김재언(78) 회장은 소중한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해야 하기에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며 진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국악정가 경연대회는 쉽게 설명하면 시조를 읊는 대회다. 이번 대회는 어렵고 딱딱한 문화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시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인재를 발굴 및 육성을 위해 마련됐다.

땡볕이 아스팔트를 녹일 듯 내려쬐는 날, 대한시조협회 거제지회를 찾았다.

거제시조협회와 김재언 회장

"60살이 넘어서야 시조를 알게 됐고, 그 매력에 빠져 17년째 시조를 지키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방문을 기다리는 김 회장의 옷매무새가 단정하고 청렴해 보였다. 옷고름 하나부터 발끝까지 선비의 기풍이 느껴졌다.

올해로 46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거제시조협회는 1970년대 신봉권 초대회장으로부터 지역 시조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지속되고 있는 단체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히 회원이 몇명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옛 명성이 사라진 상태다.

매년 개최되고 있는 전국 국악정가 경연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선 행정에 각종 서류도 작성하고 결산 서류도 만들어야 하지만 그럴만한 여력조차 없다. 그래서 현재 거제시조협회의 운영은 김 회장의 가족은 물론 회원들의 측근까지 동원돼 일을 도와주고 있다.

흥겨운 유행가나 이야기가 있는 판소리에 비하면 사실 시조가 재미없다는 것은 김 회장도 잘안다. 그래서 회원은커녕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힘든 상태지만 김회장 마저 이 전통의 끈을 놓는다면 더 이상 거제 땅에서 시조 읊는 소리는 들을 수 없을지 모른다며 오롯이 사무실을 지켜내고 있었다.

멸종위기 전통시조의 품격

"시조인중즉시조중(時調人重則時調重) 시조인경즉시조경(時調人經則時調經)이란 말이 있지요."

김 회장의 시조 사랑의 무게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시조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시조인중즉시조중 시조인경즉시조경'이란 말은 시조를 하는 사람은 언행이 무거우면 시조의 무게가 나가지만 시조를 하는 사람의 언행이 가벼우면 시조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김 회장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그리고 늘 시조를 듣고 시조 경창을 연습하고 있다.

거제시조협회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시조창 강습실에서 김 회장의 모습도 늘 곧고 바르다. 그래야만 자신이 사랑하는 시조의 품격을 지킬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시조에도 악보가 있다. 이날 김 회장은 평시조 한편을 읊었다. 조선시대 정악의 기풍으로 노래하는 성악곡답게 우아하면서 정대·화평한 기풍으로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목소리를 연주했다.

어렵지만 꼭 지켜야 할 우리 문화유산

"세월이 많이 변했지만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없지요."

김 회장은 이 좋은 문화유산(시조)이 서구풍 노래에 밀려 외면당하고 있지만 대회를 통해 진정한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제에서 열리는 국악정가 대회에는 학생부가 없지만 진주에만 가도 학생부들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국악정가는 조선시대 정악의 기풍으로 노래하는 성악곡으로 우아하면서 정대·화평한 기풍을 지녔다. 판소리와 함께 한국의 3대 성악곡의 하나에 들며 비교적 느리고 단조롭게 부르는 것이 특징이지만 창법이나 소리기술은 판소리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한다.

김 회장의 소망은 소중한 전통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조가 어떤 것인지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시조에 대한 자랑으로 함박웃음을 짓던 김 회장은 시조 강습실에서 카메라를 갖다 대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

미소 한번 지어 달라는 요구에 김 회장은 "시조하는 사람은 선비처럼 흐트러져선 안된다"며 곧게 않은 자세를 지켰지만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김 회장의 시조 사랑만큼 거제의 시조가 우리 전통문화의 지킴이로 당당히 자리 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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