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 양달석 (1962. 31㎝×51㎝/종이에 수채물감)

여산 양달석 화백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는 수채화로 담담하게 그린 자신의 일기장 같은 작품이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 얹혀살면서 스스로 밥값은 해야 했던 어린시절, 소를 몰아 풀을 먹이고 땔감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자기 몫의 노동이었기에 일상은 고단했으리라 짐작되나 그는 또래들과 어울림·자연과 교감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어린시절을 생각하며'를 제작할 당시에는 자기 연민을 숨길 수 없었던지 그림은 적막하고 쓸쓸하며 외로움이 전해져 온다. 어린시절의 내 고향 옥포는 모래와 자갈이 잘 어우러진 해변과 동네 한끝에 작은 하천이 흐르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소담한 해안마을이었다.

양달석 화백의 고향인 성내마을이나 내고향 옥포마을에서는 당연히 옛날의 정경을 찾아 볼 수는 없다. 고향은 그곳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고 때론 각색되는 그리움일 뿐이다.

양달석 화백은 고향을 떠나 부산에 정착하면서 전업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격동의 시절을 살아간 예술가의 삶이 그랬듯이 그의 삶 역시 참으로 치열했으며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실의와 슬픔의 순간에는 문득 고향마을을 떠올렸다. 고단했지만 그래도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회상을 통해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여 한걸음 쉬고 한 걸음 앞으로 옮겨 놓으면서 자신의 화업을 쌓아 올렸다. 시대를 살아간 존경받는 예술가의 삶은 오히려 고난속에서 더욱 빛나는 작품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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