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사업 불필요' 판단 내린 16개 사업…예결위서 11개 살아나
거제시 2018년 예산 7011억220만4000원…올해보다 13.32% 증가

거제시의회(의장 반대식)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형철·이하 예결위)가 지역경제 악화로 관광산업 예산 편성에 힘썼다고 밝혔지만 일부 관광인프라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예결위가 삭감한 사업은 총 18건이다. 이들 중 9건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예산 전액이 지워졌다. 또 9건은 예산이 과하게 잡혀 일부 수정됐고 공보문화담당관실의 '거제 알리기 팸투어'는 관광과의 '팸투어'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문제는 예결위에서 삭감된 사업 가운데 관광 인프라로 활용 가능한 사업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관광 관련 예산만 1억원이 줄었다.

올해 처음 시작한 거제 맥주 축제는 관광객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인근 지역 상인들과의 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부분도 내년에는 보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호평에 힘입어 축제를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었던 시 공보문화담당관실은 예결위에서 2000만원이 삭감돼 올해 예산과 같아졌다.

뿐만 아니라 매년 이순신 장군 승전을 기리는 옥포대첩기념제전 역시 6000만원이 삭감됐다.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예결위 모두 참석했던 A 의원은 마을 축제와 관련해 예산안을 검토하면서 "옥포동에서 가장 크게 열려야 할 축제는 '옥포대첩기념제전'"이라고 말했지만 삭감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임진왜란 승전과 6.25 당시 포로 생활, 1970년대 조선산업이 들어서면서 급격히 도시화 되는 환경 등 다양한 역사를 지닌 거제시를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던 거제역사기록사진전도 불필요하다는 지적에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예결위에 참석한 B의원은 "관광 인프라 구축에는 동의하지만 예산을 확보하고 나서 이전과 다른 점이 무엇이 있을지 구체적이지 않은 사업에 대해 무작정 예산을 증액할 수 없었다"며 "당초 예산 편성할 때 거제시는 예산 심사 기간 직전이 아닌 1년 동안 충분히 검토해 내년 사업의 확장을 미리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 공보문화담당관실은 "모든 계획에는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예산 편성 이전에 계획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관광 인프라는 시설물을 설치하고 주변 경관을 다듬는 것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데 관광 인프라의 중요성을 말하고 상임위에서 충분히 의견을 냈음에도 삭감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상임위에선 삭감…예결위에선 살리고?

또 총무사회위원회·산업건설위원회·의회운영위원회 등 상임위에서 '사업 불필요'로 판단해 예산이 줄거나 편성되지 않은 사업조차도 예결위에서 다시 살아나 일부 의원들이 공개되는 상임위와 비공개인 예결위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실제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조호현)는 14건의 사업을 예산 삭감했지만 예결위에서 11건이 살아나고 3건만이 삭감이 유지됐다. 총무사회위원회(위원장 김성갑)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C 의원은 "의회는 조례를 만드는 것만큼 예산 심사가 중요한데 행정에서 편성한 예산을 고민하지 않고 의견을 전혀 제시하지 않는 건 의원 본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회의 내용이 공개되는 상임위와 비공개되는 예결위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권자인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형철 "진 의원이 삭감해야 한다고…"

2018 거제시 당초예산을 본회의에 상정한 지난 20일에는 예결위와 관련해 웃지못할 일도 발생했다. 예결위원장인 이형철 의원이 한기수 부의장의 '유소년축구 건' 전액 삭감에 대해 질의하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부의장은 "상임위에선 삭감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거제시 유소년 지원 예산이 예결위서 전액 삭감된 이유를 밝혀 달라"고 하자 이형철 의원이 "상임위를 최대한 존중하려 했으나 유소년 사업에 대해 시간에 쫓겨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 가운데 삭감을 요청하는 예결위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시간 이어진 예결위로 시간에 쫓겨 제대로 심사하지 못했다는 답변에 동료 의원들도 비판했다.

D 의원은 "7000억원이 넘는 한 해 예산을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채 6시간도 안 돼서 결론 내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시간에 쫓겨 심도 있게 못 다뤘다면 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다고 지적했다.

거제시 2018 예산 7011억220만4000원

거제시 2018년 예산은 7011억220만4000원으로 올해보다 13.32%, 824억2817만8000원이 올랐다. 특히 국민주택사업이 지난해 대비 86.07% 증가한 75억7421만9000원이 올랐고 일반·특별회계 모두 다 증가했다.

이를 두고 최양희 의원은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노동자들을 배려한 예산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예산 편성에 신중이 필요하다"고 반대 토론을 펼쳤지만 기권 2명(조호현·송미량), 반대 3명(김성갑·전기풍·최양희)으로 예산 수정안은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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