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밀집지역에서 주·정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하루아침에 발생한 문제도 아니다.

아무리 민원을 넣고 시민의식을 부르짖어봤자 손톱만큼도 바뀌지 않는다. 무거운 벌금 부과만이 행정을 바 로세울 수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조금은 양보하고 조금은 참을 수밖에 없다는 점만 배워가고 있다.

양병욱(36·장평동)씨는 지인의 아들 돌에 초대받아 고현동 중심상권에 들어섰다. 초대 받은 식당은 고현사거리 근처라서 차 댈 곳이 마땅찮다. 술자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택시를 이용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많은 지인들이 여기저기 건물 사이에 주차를 댄다.

건물 옆 작은 잔디밭에 시선이 쏠렸다. 주·정차금지 쇠막대가 뽑혀 누워있다. 쇠막대를 뽑은 것으로 보이는 곳은 인도다. 얼마나 인도에 주·정차를 많이 했으면 시에서 이 봉을 설치했는지 모르겠으나 뽑힌 자리 옆으로 버젓이 차는 세워져 있다.

양씨는 자신도 그렇게 주·정차에 철두철미한 사람은 아니므로 누굴 탓할 처지가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보란 듯이 뽑아내고 자신의 화단인 듯 눕혀 두고 그곳에 차를 대는 광경이 새롭게 보였다.

분명 이곳을 지나가는 주·정차 단속원들도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보였을 텐데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니 할 말이 없다. 주정차 봉을 들어올려 보려고 가까이 가 보았다. 상당히 무겁다. 이걸 자신의 편의대로 뽑아 버렸는지. 아니면 주차를 하다 넘어뜨렸는지는 모르겠다.

동그란 머리 부분은 화단을 향하고 있다. 제 위치로 돌려보려고 하니 스프링이 달렸는지 말을 듣지 않는다. 이것도 세금이다.

양씨는 "시에서 주·정차 금지봉을 세울 정도의 곳이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뽑았는지 뽑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대로 방치돼 화단에 버려져 있는데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지'가 뽑혀버렸으니 '허용'이 돼버렸다"며 "자기 마음대로 뽑아버리고 더 편하게 주차하는 업주가 문제인지 그 옆을 하루에 몇 번씩 지나다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주차단속원이 문제인 것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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