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카드가 안 되는 곳입니다."

고현전통시장에서 횟감을 장만하고 카드를 내밀었던 안재현(가명·35)씨는 순간 당황했다. 생선 손질을 맡길 때 가격 흥정에만 신경썼을 뿐 신용카드 결제를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아주머니가 생선비늘을 걷어내고 내장정리를 한 다음 가게 안의 아저씨에게 넘겨 횟감을 만들었고 포장을 끝냈다. 당장 7만원이라는 생선값을 치러야 하는데 카드가 안 된다니 난감하다.

"왜 안돼요? 어, 현금이 없는데, 요새 카드 안 되는 곳이 어디 있죠?"라는 말을 되풀이 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현금을 받으려고 굽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며 일어섰던 아주머니의 표정은 '여기가 어딘지 몰라'이다.

안씨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양동이를 이고 나와 실외에서 장사하는 어르신들의 물건까지 카드결제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여기는 00횟집이라고 상호가 분명하게 써놓은 곳이다.

아주머니의 현금결제 재촉에 주인 아저씨가 거들은 한 마디는 "재래시장에서 카드가 어디 됩니까"이다. '회를 사지 않겠다고 말하고 가버릴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결국 옆길 농협지점에서 돈을 찾아 건넸다.

"요즘 현금을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있냐"는 안씨는 "대형마트에 가서 800원 하는 물건을 사도 카드가 된다"며 "버스도, 택시도 이제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횟감을 사면 5∼6만원을 나오는데 재래시장이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불편을 안겨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고 특성화겠다고, 시비도 받고 도비도 받아온다고 하더라. 그것도 내가 낸 세금이다. 정작 시장 상인들의 생각이 소비자지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진정한 상생을 원한다면 배려할 부분은 배려해야한다. 옛 정(情) 하나만으로 재래시장 이용을 부탁하면 경쟁력은 영원히 생기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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