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지아

"나이는 묻지 마세요. 절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봐주세요."

이름과 나이를 묻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거절을 하는 조지아씨, '여자의 나이는 묻지 않는 것'이란다.

조지아씨는 가수다. 2013년 1집 앨범을 내고 지역 대표가수로 활동하며 지역의 노래교실에서 지도력도 펼치고 있다. '2016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에서 대중가요 부분 '가요강사지도 공로대상'을 수상할 만큼 인정도 받았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허스키하면서도 걸쭉한 말솜씨에 노래교실은 언제나 엔돌핀이 팡팡이다.

그런 그를 만난 것은 한 봉사단체의 행사장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봉사상을 받았다.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지역의 작은 봉사단체가 주는 상에 그는 미안했고, 감사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에게서 머리손질을 받았던 어르신들이 보내주는 따뜻한 감사의 박수에 감격해 했다.

어려서 배운 미용기술을 재능기부 차원에서 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 어르신들에게 착 한사람, 멋진 사람으로 통했다. 어떤 자리, 어떤 순간에도 멋지게 차려입고 나와 어르신들을 기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분들이 나 아니면 어디서 이런 멋진 모습을 보겠습니까. 그래서 더 멋지게 쪼(멋)를 부리는 겁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머리카락이 옷에 묻어도 상관없고 비누가 구두에 떨어져도 상관없다. 그 상황을 즐기면 된단다.

그는 "그게 걱정이라면 그곳에 그러고 가면 안 된다"며 우문에 현답을 던지면서 "상황을 즐기면 재미가 보인다. 때가 꼬질꼬질한 그릇에 커피를 타주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챙겨주고 싶어하는 그들의 마음에 감사해서라도 머리카락 자르는 일이 더 신나고 재미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한번 나가는 미용봉사에서 10명 정도의 어르신들을 만난다. 그가 만나는 어르신들은 사실 그리 말끔하지 않다.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날이면 그의 손끝에서 몸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그는 "어르신들의 머리카락을 다 자르고 나면 하루 종일 손에서 어르신들의 냄새가 난다. 비누도 그 냄새를 이기지 못한다"며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 그 냄새가 사람의 정이 느껴져 좋다"고 웃는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려서부터 어르신들이 좋았단다. 그들의 삶의 노곤함이 보이는 웃음이 좋았단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의 '아이고 내가 이래 살아서 뭐하겠노'라며 독백 같은 푸념에 그는 당장 음악을 틀고 '백세인생'을 멋들어지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뒤에서 머리를 자르며 노래를 부르던 그도 앞에 앉은 어른도 흐느꼈다. 그렇게 그는 어르신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들 사이에 흐른 교감과 감동을 말로 어찌 풀 수 있겠는가. 지나간 청춘에, 허무한 삶에, 다가올 주검에,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들을 떠나지 못한다. 그들과 가슴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노래로 풀고 싶어 한다.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가슴으로 노래하고 싶어한다.

봉사자 조지아가 아닌 가수 조지아의 꿈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조수미처럼 높은 음력도 청아한 목소리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나만의 음성으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가슴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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