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방부서 소유권 이전 마무리
지역사회, 역사연구 및 활용방안 '과제' 받아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거제시민의 품에서 떠나 있었던 지심도가 마침내 제 자리로 돌아왔다.

거제시는 지난 7일 국방부로부터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이던 1936년 병참기지로 이용되며 섬 주민이 강제 이주하고 군에 수용된 지 81년 만이다.

지심도 소유권 반환 기념행사 열려

지난 9일에는 거제시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지심도 소유권 반환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심도 내 일제가 만든 활주로 위에서 열렸다.

기념행사에 앞서 권민호 시장은 지심도 소유권에 큰 도움을 준 국방과학연구소와 정문섭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장, 김정철 전 국방부 시설기획과장 등에게 거제시민의 감사의 뜻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권민호 거제시장, 김한표 국회의원, 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 김창규 도의원, 반대식 의장, 시의원, 지역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거제시 이형운 관광과장이 지심도 반환에 대한 경과를 보고하고, 권 시장의 기념사에 이어 김한표 국회의원과 박동식 도의회 의장, 반대식 의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권민호 시장은 기념사에서 "따뜻한 봄 날씨와 활짝 핀 동백꽃이 26만 시민의 열망이 담긴 지심도 소유권 반환을 축복해주는 듯하다"며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지심도를 반드시 되찾겠다는 시민들의 오랜 염원과 소원을 우리시대에 완수할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역사적인 소유권 반환이 있기까지는 시민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지심도를 자연과 생태, 역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명품테마 관광섬으로 조성해 1000만 관광객시대를 이끌어갈 보물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한표 의원은 축사에서 "어렵게 돌려받은 지심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인 관광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가꾸고 개발해 나가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지심도 선착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심도 반환 기념비' 제막식을 갖고 지심도가 거제시 소유가 됐음을 선포했다.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민관(아주동)씨는 "지심도는 아픈 역사가 있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대상으로 잘 극복한다면 거제의 큰 자랑이 될 수 있다"며 "지심도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 지역언론과 행정기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 지심도 소유권이 지난 7일 81년만에 국방부로부터 이전등기를 마무리 했다. 거제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일 지심도 내 일제가 만든 활주로에서 지심도 소유권 반환 기념행사를 개최한 후 지심도 선착장으로 이동해 '지심도 반환 기념비' 제막식을 가지고 지심도가 거제시의 소유가 됐음을 알렸다.

지역언론, 지심도 반환운동 '불 지펴'

지심도의 반환은 지역언론을 비롯한 지역 정·관계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심도 반환 기념행사에서 선보인 '지심도 반환 기념비'에는 1936년 일본군이 점령해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광복 이후에도 국방부 소유의 군사시설로 사용된 쓰라린 역사가 기록됐다.

또한 지심도 반환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거제시와 시민들의 불굴의 도전과 창의적인 역량으로 온전히 지심도를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게 됐다고 새겨져 있다.

지심도 반환운동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지 2005년 7월6일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심도에 해상공원 개발을 주민과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지심도가 거제시 소유가 아니었으므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역주민과의 협의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지심도의 반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해당 기사를 보면, 지역민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지역민들은 계획조차 알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거인회 박문길 회장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본지의 이러한 보도 이후 거제의 지역사회에서는 지심도 반환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또 본지 2005년 7월20일자와 27일자는 거제시가 지심도 관리권 이전팀을 구성하고 당시 김한겸 시장과 김기춘 의원이 건의서를 중앙정부에 제출했음을 보도하고 있다.

서일준 부시장 주도 막바지 반환협상 타결

지역언론이 불을 지핀 지심도 거제시 이관문제는 범시민 서명운동으로 이어져 2006년 8월까지 4만8743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그러나 2008년 8월 제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청원서가 폐지되면서 사업 추진이 중단돼 시민들은 한 차례 좌절을 맛봐야 했다.

2010년 7월이 되자 제7대 거제시장에 취임한 권민호 시장이 지심도 소유권 이전을 핵심 공약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듬해 6월 국방부에 지심도 관리권 이관을 건의하면서 지심도 이전의 불길을 되살렸다.

지속적인 협의 끝에 국방부는 지심도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해상시험소를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가 제공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놓았다.

2013년 거제시는 마침내 국방부와 '이전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이듬해 환경부를 마지막으로 12여곳에 이르는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마무리했다.

토지 매입과정에서 가격산정 기준을 놓고 국방부와 막바지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거제시 서일준 부시장과 관계부서 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지난 7일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고 거제시로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끝낼 수 있었다.

지심도 역사복원 어떻게 해야 하나

지심도가 거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앞으로 이곳의 아픈 역사의 흔적을 어떻게 연구하고 보여줄 것인지의 과제가 새롭게 생겨났다.

섬 자체가 가진 뛰어난 자연환경과 함께, 지심도가 지닌 질곡의 역사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뛰어난 관광자원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거제시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다른 지자체나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유적에 대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와 달리 '청산'과 '활용'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기에 이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거제시가 지심도 개발을 앞두고 관련 용역을 수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역언론과 시민사회가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의 군사기지였던 싱가포르 센토사섬(Sentosa)의 사례도 지심도 역사복원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1968년 영국군이 물러가자 여기에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는 역사박물관을 지었다.

이 박물관은 체험학습의 공간을 추구하는데, 이를테면 시차를 두고 영국과 일본이 서로 주고받는 과정을 재현하며 주기적으로 대포 음향을 울리고 포연을 피운다. '전쟁의 오락화'라는 비난도 있긴 하지만 평화 추구의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지심도를 비롯해 저도와 다른 거제도 부속 섬들이 일제강점기에 유린당한 역사에 대해 여러 자료들을 발굴·수집해 체계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갑생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국립문서보관소에는 거제도와 관련 사료만 100여종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그 속에는 진해만과 거제도 해안으로 이어지는 군사시설을 비롯한 각종 사료들이 담겨있다. 지역언론과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발굴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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