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운 신현의용소방대 대원

"불이야" 고함소리에 최석운씨(58·장평동)는 손에 들고 있던 물고기 뜰채를 집어던졌다. 그리곤 자신의 가게 출입구 가까이 벗어놓은 의용소방대 조끼를 집어 들고 가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방차의 사이렌소리가 귓등에 울리는가 싶었는데 자신의 눈앞의 광경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멀리도 아닌 자신의 상가 바로 앞, 그것도 신축공사로 완공을 향해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이 없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향했다. 소방관들이 들어설 공간 확보를 위해 그는 하늘과 도로를 보며 뛰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잠재우며 침착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의용소방관이다, 저들을 도와야 한다.'

지난달 26일 장평의 한 신축공사 건물에서 화재가 있었다. 곧 이어질 설 연휴로 들떠있던 사람들의 마음의 고삐가 하늘을 덮는 화마의 검은 잔재들로 인해 잠시 당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다행이라면 인명피해 없이 길지 않은 시간에 불길이 잡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들과 인근 주민들, 통행을 원하는 차량들의 북새통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그마한 질서를 만들어가며 범위를 넓혀가는 움직임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잡았다. 소방관들의 호스를 잡아주고 도로의 소통을 맡아 동분서주 움직이는 조끼 입은 사람들, 신현의용소방대 대원들이었다.

최씨는 횟집 사장이다. 남부면 태생으로 고향마을의 지명을 따 가게이름도 지었다. 어부였던 아버지와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바다는 그의 고향이다. 젊어 원양어선에 올라 생활을 했고, 지금도 바다가 밑천이 돼 생활하고 있다. 부지런한 성품 탓에 자수성가라는 단어가 붙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부(富)도 이뤘다.

의용소방대에 들어간 것은 4년 전이다. 그도 일반적인 소시민처럼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았다. 10년 전부터 시작한 라이온스 활동의 봉사가 몸에 익을 때쯤 의용소방대 입소를 추천받았다. 정기적으로 교육도 받아야하고 캠페인도 나가야 하는 일들이 돈 될 일은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겁다. 봉사가 주는 재미가 생업에 또 다른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삶이 윤택해서 봉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봉사를 하면서 윤택해졌다"고 말하는 최씨는 "봉사하는 시간들이 생활로 바뀌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 스스로가 나를 낮추고 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를 낮춘다고, 버린다고 삶이 소진되는 것이 아니더라. 되려 더 윤택해지더라. 봉사는 그런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 집 앞의 화재에 내가 뛰어나가는 것도 당연하고, 더욱이 의용소방대원이 뛰어나가는 것은 더 당연하다"며 "마치 큰일을 한 것 마냥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부끄럽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지금 거제지역 경기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우리는 이 어려움을 이겨나갈 충분한 힘이 있다"며 "우리 모두가 서로의 어깨를 조금씩 내어준다면 같이 갈 수 있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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