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림 거제YMCA상투스합창단 지휘자

시작은 미비했다. 합창단의 시작이 그랬고, 독일공연의 시작도 그랬다. 있는 것이라곤 합창단을 만들어 지휘를 해보고 싶다는 한 남자의 열정뿐이었다.

연세대학교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실용음악의 작곡과 편곡을 공부한 인재였지만 음악만을 하며 살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긴 망설임 끝에 가족의 그늘이 있는 거제로 왔다.

그리고 음악학원을 차렸다. 그리고 바랐다. 지금 뿌리는 씨앗이 거제에서 뿌리를 내리고 잘 성장해가기를. 딱 그만큼을 빌었다. 그때가 2010년이다.

올 가을 거제YMCA상투스합창단은 11일의 여정으로 독일을 다녀왔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은 독일 만하임시의 공식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만하임 시청에서의 단독 공연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경로당 등을 방문해 연주했다.

또 국경을 넘어 룩셈부르크에서도 협연을 했다. 그곳에서 거제YMCA상투스합창단 37명의 단원과 조성림 지휘자(49)는 민간외교단이었다.

거제YMCA상투스합창단은 조 지휘자가 창설한 '상투스중창단'이 뿌리다. 지휘가 하고 싶고, 합창단을 만들고 싶었던 조 지휘자는 음악학원의 아이들을 단원으로 받아들여 연습을 시켰다. 그렇게 준비된 아이들은 교회성가대의 옷을 빌려 입고 학원발표회 무대에서 데뷔를 했다.

조 지휘자는 이들에게 더 많은 무대를 경험하며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행사장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거제YMCA를 만났다.

거제YMCA 행사 객원 합창단 신청으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상투스(예배에 쓰이는 기도문으로써 '거룩하시다'란 뜻)'라는 이름 때문이었는지, 이들의 아름다운 화음과 멜로디 때문이었는지 '상투스'라는 이름 앞에 거제YMCA라는 명칭이 허락됐다. 2014년 2월의 일이다.

16명의 인원은 20명으로 늘었고 기반은 안정돼갔다. 여기에 독일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한 또 다른 인연을 만난다. 현재 독일에서 음악감독을 하고 있는 그의 선배를 25년 만에 조우하게 된 것이었다. 상투스합창단의 공연모습에 이 선배는 합창단을 독일로 초대했다.

아이들에게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 공연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했다.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선배와의 만남 후 그는 열심히 준비했다. 그렇게 이뤄진 것이 2015년 첫 초청공연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으로 독일을, 만하임을 감동시켰다.

조 지휘자는 "독일방문 뒤 외적으로는 합창단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내적으로는 단원들의 마음속 자긍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인연은 인연을 만든다고 했던가. 두 어른의 만남이 독일 공연을 성사시켰다면,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독일인들의 마음을 열게 했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지난달 26일 독일인들의 거제 방문이다.

합창단원들의 현지 홈스테이와 차량이동을 도운 독일인 헬퍼 어르신 15명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총 15일의 체류기간 중 5일을 거제에 오롯이 투자했다. 헤어지던 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대는 손주같은 아이들의 마음을 안은 15명의 독일 인연들도 같은 눈물로 인사를 전했다.

조 지휘자는 "이 가을 독일인과의 사랑은 뜨거웠다. 아이들과 음악으로 맺어져 또 다른 만남으로 발전되면서 사랑이 무르익었다"며 "주면 받고, 다시 더 크게 주고 있기에 이들과의 교류가 더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독일, 거제와 만하임. 이 두 나라와 두 도시의 인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조 지휘자의 꿈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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