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돈묵 전 거제대학교 교수

"문학이라는 것은 현상이 아닌 본질을 적는 것이다. 본질을 적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자기 자신을 성찰해야 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거제대학교에서 교양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 강의를 담당해 오다 지난 2월 정년퇴직한 강돈묵 교수(67·일운면)에게 지난 6일 정부포상 황조근정훈장이 수여됐다.

1973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출발한 강 교수는 지난 1990년 개교한 거제대학 강단에 이르기까지 지난 43년의 시간을 오롯이 제자들과 함께해 왔다.

강 교수와의 만남은 그의 집 정원에서 이뤄졌다. 그의 숨결과 땀방울이 녹아든 결정체인 꽃과 나무엔 가을이 와 앉아있었다. 다양한 과실수에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자칭 농부라는 강 교수는 "젊어서는 인상이 날카롭다는 말을 많이 듣곤 했는데 거제생활 27년 동안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순화돼서인지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가슴은 아직도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뜨거웠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줄 세우기 즉, 숫자에 매여 있다"는 짧은 비판으로 포문을 연 강 교수는 "수는 결국 소유욕이다. 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모든 교육은 교양 교육이어야 하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준비 교육이 돼서는 안된다"는 말로 현 세태를 꼬집으며 "아이들의 정신을 강하게 만들 실질적 교양교육 부분이 약해지다 보니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눈도, 문제를 이겨낼 힘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꿈을 가질 수 있다"며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자신의 인생 차단기를 내려버리는 일이 없는 강한 정신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8남3녀 11남매의 일곱째다. 어려 형이 동생 둘은 업어 키우는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돌봐야 했고 풀 뽑고, 김매가며 부모님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단편적인 기억만을 남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그의 나이 열셋. 네 살 막내와 서로의 동생들에게 가지는 책임감은 11남매를 더욱 바로 서게 했다. 한 집에서 박사 8명이 배출됐다면 그들이 삶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고 최선을 다했는지 가늠할 만하다.

강 교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큰형님이 마당에 병아리 400마리를 키우게 했다. 여섯째 형님과 나 그리고 바로 밑 동생은 병아리를 길러 학자금으로 썼다"며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들 등록금은 아르바이트로 자급자족했다. 등록금이 안 만들어지면 휴학하고, 다시 복학하고를 반복하며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그의 삶의 철학인 '근면'은 어려부터 몸에 밴 책임감이 만든 다른 이름 같아 보였다.

그는 은퇴 후 '조금 쉬고 싶다'는 표현으로 인생이라는 큰 숲속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한국수필문학연합진흥연구회 회장직의 바쁜 일정도, 일주일에 두 번 대전에서의 강의도, 일속에 묻혀 살았던 그에게는 단순한 즐거움일 뿐이다.

강 교수는 "좀 더 자연을 가까이하고 수(數)에서 떠나자"라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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