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6개월 만에 여성사무관 발탁, 시 옥미연 기획담당계장

거제시는 1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거제시 6급 공무원 3명을 5급 사무관으로 승진 의결했다. 이들 3명 가운데에는 거제시 기획예산담당관실 기획담당 옥미연(51) 지방행정주사가 포함됐다. 지난 2013년 이후 3년6개월 만에 여성사무관 발탁이라는 영예가 주어진 것이다.

옥 계장은 "기쁨도 크지만 인터뷰가 자랑으로 비칠까봐 조심스럽다"며 "감사하다. 열심히 잘 하겠다"라고 짧지만 당당한 소감을 밝혔다.

1966년생으로 일운면 소동출신인 옥 계장은 1989년 7월1일 거제시 지방행정서기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06년 1월 지방행정주사로 승진해 세무과와 주민생활과 등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기획예산담당관실 수석인 기획담당을 맡아 오고 있다. '여성 최초'라는 단어가 그녀의 이름 앞에 쓰이기 시작한 시기도 이때부터다.

지난 2012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기획계장을 맡았을 때 거제시청은 술렁였다. 개인의 능력은 중요치 않았다. 남성위주의 조직사회를 대표하는 관공서에서 이뤄진 당시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녀가 원하고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거제시 여성공무원을 대신해 '파격'이라는 단어를 '당연'으로 바꿀 보이지 않는 임무를 맡았다. '왕이 되려는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는 말처럼 밤을 새어가며 고민하고 공부해야 했다. 보다 나은 결론을 향해 눈과 귀와 머리를 혹사해야 했다.

옥 계장은 "여성 최초라는 이름표를 달고 다양한 시정을 경험하며 안목을 넓힐 수 있었던 4년이라는 시간은 영광이면서도 부담이었다"면서도 "고민하고 고뇌했던 날들이 거름이 되고 씨앗이 돼 좀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는 말로 4년의 시간을 정리했다.

5명의 오빠를 둔,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막내딸인 옥 계장은 동글동글한 얼굴의 귀염상이다. 이 오빠들은 의령 옥씨 가문의 자랑인 막내 동생의 승진소식에 현수막도 내걸었다. 요즘 같아선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녀는 이런 잔잔한 행복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여성계에서 일할 당시에는 매일 매 맞는 여성, 성폭력을 당한 여성, 한 부모자녀 약자의 아픔을 봐야했고 그들을 위해 뛰어야 했다. 당시 한 부하직원이 그녀를 향해 "계장님,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분들이 행복해질 수 있죠?"라고 물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또 하나의 껍질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을 위한 고민과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전국 최초로 성폭력이 우려되는 여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추진했다. 정착을 과정을 거친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는 지난해 거제시에 전국 아동여성 안전지역연대 운영평가 우수기관 선정이라는 영예를 안겼다.

이 소식을 들은 옥 계장은 당시 담당자와 얼굴을 맞대며 "그때 우리가 참 잘했었지"라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거렸다고 한다. 보람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말이다.

그녀는 오는 10월에서 11월 사이 지방행정연수원에서의 6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내년 1월 정식 임용 돼 보직을 부여받게 된다. "동료직원들에게 인정받고 시정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옥 계장. 항상 긍정적으로 먼저 인사하고 동료에게 인정받는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바라는 롤 모델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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