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 앞바다 현대식 어촌체험마을·평면다리 건설
사업 전 전문가 조언 전무…어촌계·시 협의만으로 결정

관광객 대부분 "불필요한 사업으로 자연경관 훼손" 지적
시·도장포어촌계 측 "주민편의·지원 사업 등 고려해야"

▲ 바람의 언덕 앞바다 현대식 어촌체험마을 조감도
거제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인 바람의 언덕 인근 도장포 앞바다에 건축물이 조성되고 있지만 사업 시작 때부터 전문가의 조언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지역주민들의 제안만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돼 각종 우려를 낳고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시 다기능복합공간 조성사업에 관한 기본계획이 지난 2013년 완료돼 2014년부터 사업을 본격화 했다. 도장포마을 다기능복합공간 조성사업의 경우 지난 2015년 3월부터 주민협의를 거쳐 같은 해 10월 설계가 완료, 12월에 공사가 착공됐다.

현재 도장포 어촌체험마을 건설을 위해 바람의 언덕 공중화장실 인근 바다에 파일을 박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체험마을 건물은 3개의 가게가 들어설 1층과 사무실 용도의 2층 등 총 70여평 규모의 사각형의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다.

토목공사비 9억원, 건물 건축비 6억원 등 총 15억원을 들여 만들어질 계획이다. 또 바람의언덕 공중화장실과 도장포 앞바다에 설치돼 있는 60여m 길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연결하는 평면다리를 건설 중이다.

하지만 거제의 대표 관광지를 개발함에 있어 전문가의 조언이나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뤄지지 않아 이 사업이 지역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거제시 또한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 보다는 주민지원 및 편의사항만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장포 어촌체험마을 건설과 관련해 거제시 관계자는 "행정에서 마음대로 정한 것이 아니라 도장포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위치를 선정했다"고 밝혀 전문가의 조언이나 참여가 전혀 없었음을 짐작케 했다.

위치선정에 대해서는 "작은 어항이라 달리 선정할 곳이 없었다"면서 "관광자원도 중요하지만 주민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혜의 자연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추진되는 공사이지만 준공 후 건물의 구체적인 사용 용도는 도장포어촌계에 일임한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의 운영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체험마을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모른다. 3개의 가게가 1층에 들어서고 그 외에는 사무실 용도로 쓰일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는 도장포어촌계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준공 후 관리와는 선을 그었다.

문제는 또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업 준공 이후 관광객들의 반응에 따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거제시와 도장포어촌계 측은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도장포어촌계 A계장은 "일부 관광객들이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라면서 "100여명의 도장포 주민이 자연경관을 헤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시 관계자 역시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경관과 어울릴지 그렇지 않을지를 판단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토목공사비 9억원 중 6억원 가량이 투입됐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시킬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포항에서 왔다는 최천식씨는 "바다에 설치된 네모난 구조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최대의 장점인 이곳에 굳이 저런 구조물을 만들어 어떤 도움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계속해서 인공구조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촌에서 온 고석철씨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이곳만큼 경치가 좋은 곳도 드물다"면서도 "천혜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면서까지 각종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거제 자연의벗 김영춘 대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도장포 주변에 대한 관광자원으로서의 미래가치를 평가해 그 가치가 현재까지 투입된 공사비를 초과한다면 공사를 중지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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