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에 사는 김은숙씨(38)는 수국이 피는 계절이 오면 차를 몰고 해금강과 바람의언덕이 위치한 남부면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동부면에서 남부면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수국 천지다. 수국뿐이겠는가. 계절에 맞게 심어진 야생화로 거제의 일등 드라이브 코스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산길이라 구불구불 꽃에 정신을 팔렸다간 큰일이 난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남부로 향하던 김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남부의 구불구불 산길을 여유롭게 운전을 하다 커브길을 도는 순간 깜짝 놀랐다.

비상깜박이를 켜놓은 SUV차량이 도로 중앙에 버젓이 차를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 얼굴과 팔을 한껏 내놓은 채 반대편을 향해 휴대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바라본 반대편 차선에는 20대 가량으로 보이는 여성이 수국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뒷 차량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한 것을 의식한 듯, 아니면 목적을 달성한 듯 아무런 거리낌 없이 중앙선을 가로질러 차에 뛰어 올랐다. 위험해 보이지 않은 행동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 한 컷 찍어보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불러올 무서운 결과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한 그들의 행동이었다.

'그래, 거제도는 아름답지. 아마 관광객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다시 잡았지만 5분도 안 돼 똑같은 상황을 마주쳐야 했다.

김씨는 "아름다운 것을 간직하고 싶은 생각은 이해가 되지만 어떤 곳이라도 자신이 좋은 곳이라면 차를 그냥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대는 생각과 행동에 놀랐다"며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잠시 잠깐'이라는 생각으로 도로 중앙에 차량을 세우는 행위는 다른 운전자를 크게 위협하는 난폭운전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양방향 차선이기는 해도 중간 중간 정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이 같은 자투리 공간들을 활용해 포토존을 지정하고, 도로 양방향에 알림서비스를 해주는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시 행정은 앉아서 관광거제만 외치지 말고 멋진 거제를 간직할 여유와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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