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거제조선 위기극복 시민이 말한다③]민주노총 거제지부 송태완 사무차장

거제지역 조선업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대상은 하청노동자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 인원은 전체 구성원의 77%에 달하고, 삼성중공업은 68%에 이르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숫자가 말해주듯 조선소 전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하청노동자다. 이들은 직영노동자에 비해 육체적으로 더 힘들고 위험요소가 많은 작업에 투입된다. 그만큼 작업환경 역시 열악하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의 지시에 따라 일정기간 내 작업공정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원청에서 주는 기성금의 차이로 인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민주노총 거제지부 송태완 사무차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조선협력업체의 임금체불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송 사무차장은 "임금이 체불됐다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라면서 "원청에서 기성금을 정확하게 지급하지 않았거나, 협력업체 사장 등이 딴 짓을 했을 경우"라고 지적했다. 조선소 사외협력업체의 경우 현재 기성금 단가가 최대 절반까지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청에서는 원가절감·공정관리 등의 이유를 들어 기성금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며 "원청에서 하청업체에 단가를 무리하게 깎은 것이 사외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중국의 급성장 초래

빠른 시일 내 국내 조선업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송 사무차장은 "조선업의 경우 국내에서 소비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품이 전부여서 전세계 경제동향, 국제유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2018년 이후 조선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장기간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불황이 장기화 될 경우 현재와 같은 조선산업 구조로는 버티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송 사무차장은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물동량이나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라 일부 사업부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해 놓고 정리하는 방식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소 조선소의 씨를 말리는 정책은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송 사무차장은 정부의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은 중국을 최대 수혜국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중소조선소가 대부분 문을 닫게 되면 여기에 관련된 일감은 모두 중국이 쓸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송 사무차장은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발판으로 국내 빅3 조선소를 넘볼 수 있는 기반과 실력을 갖추게 될 수 있다"며 "중국이 다양한 제작활동을 통해 조선업 기술의 숙련도를 높이고 고급 인력들을 확보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조선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은 대단히 문제가 많았다"면서 "전체적인 경제전망을 분석하며 적절한 개입과 지원 등의 조절이 가능한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량팀 피해, 원청·하청업체 관심 가져야

현재 조선소 구조는 직영, 사내협력업체, 사외협력업체로 구분된다. 협력업체는 본공이라 불리는 정규직과 물량팀·직시급제·일당제·임시직 등으로 구성된다. 사내협력업체의 경우 본공과 물량팀 등의 비율이 50대50 정도지만 사외협력업체는 노동자의 70% 이상이 물량팀 등으로 채워져 있다.

문제는 법적으로 물량팀장이 사업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송 사무차장은 "물량팀장과 일하는 노동자들은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주인 물량팀장을 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는 물량팀장이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청이나 협력업체가 이 같은 문제들에 관심이 없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 사무차장은 물량팀의 저조한 4대 보험 가입율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4대 보험을 기준으로 고용여부를 판단하다보니 정부통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청업체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물량팀 등이 정리대상이 된다"면서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급여명세서나 근로계약서, 대우나 삼성의 출입증 확인 등을 통해 이들이 일을 계속해 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실업급여 등의 고용보험 제도를 확대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송 사무차장은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제도를 활용 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다만 고용유지지원금을 협력업체가 아닌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마련해야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샐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 노동력이 부가가치의 핵심

송 사무차장은 조선산업의 경우 노동력이 부가가치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노동자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송 사무차장은 "고기능 노동자들을 조선소 인근에 묶어두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우선적으로 고용이 유지돼야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제지역의 경우 사실상 조선노동자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며 "일자리 나누기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라도 고용유지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임금 삭감이 아닌 현실적인 임금 삭감이 필요하다"며 "고용이 유지돼 적정한 임금을 받으면서 생계 및 소비도 해 지역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사무차장은 또 "어쩔 수 없이 실업상태가 되는 노동자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요구된다"며 "가용 가능한 예산을 투입해 이들이 거제를 떠나지 않고 일자리를 찾거나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실업급여의 폭과 기간을 늘려야 한다. 조선노동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지역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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