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제조선 위기극복 시민이 말한다④]거제대학교 조선기계공학과 학과장 박용호 교수

조선업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전공과목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요구되는 대학교수의 시선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거제대학교 조선기계공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박용호 교수. 그는 현재의 조선업 위기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봤다.

박 교수는 "국제유가 하락이 첫 번째 원인이지만 더 큰 원인은 부족한 기술력과 과다한 인건비"라면서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양플랜트를 무리하게 수주하다 보니 납기일정을 맞추지 못해 엄청난 적자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현재도 유럽과 미국·일본 등의 기술력은 우리나라를 앞선다"며 "이들이 대한민국에게 세계 조선업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과다한 인건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선부분은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양플랜트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바다 위에서 지질조사를 하고 바닷물의 흐름을 예측하며 해상구조물을 기본설계하는 능력이 없어 영국 등지에서 기본설계도면을 사오고 있다"며 "우리 조선업의 현실은 기본설계도면을 바탕으로 그 위에 철판을 붙이고 인테리어를 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엄청난 적자가 발생한 이유는 작업과 관련된 수정을 하기 위해서 외국에 다시 설계의뢰를 해야하는 구조적 문제점 때문에 발생한 공정지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건비 절감과 자국선 발주로 단기 어려움 극복해 나가야

박 교수는 인건비 절감과 자국선 발주를 통해 조선산업의 단기적인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선박수주가 없는 것이 아니다"며 "수주를 했다하더라도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소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이번 기회에 조선소의 몸집을 줄이면 당장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차피 치러야할 홍역이라면 시장원리에 따라 참고 감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국선 발주를 통한 위기 극복방안도 피력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군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군에서도 장비 현대화 계획 등을 앞당겨 군함과 잠수함 등을 조기에 발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 선박 발주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자국 조선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다양한 금융혜택 등을 통해 해운사의 선박발주를 국내 조선소에 유치한다면 당장의 힘든 상황은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이 직접 기업을 지원한다"며 "이는 WTO제소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양한 단기대책에 대해 정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위기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수주잔량 세계 1위다. 2년 동안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 일감이 있는데도 문을 닫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주인 찾기는 당면 과제

박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인 찾기는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주인의식이 없는 회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현대와 삼성의 경우 주인이 있다 보니 엄청난 군살빼기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도 제대로 된 주인만 찾는다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과 직장인의 차이를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직장인은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뒷머리가 간지럽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하지만 사장은 늦은 밤까지 일을 해도 주인의식과 책임감 때문에 피곤한 줄을 모른다"고 설명했다.

국가 공무원의 안일한 사고방식에도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인 찾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인데도 자꾸만 지연되고 있다"며 "이는 나중에 문제가 될 일은 하지 않는다는 공무원들의 잘못된 철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차후 반드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주인 찾기는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양플랜트 전문 인력육성은 국내 조선업 성장 미래 과제

박 교수는 해양플랜트에 대한 전문인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국내 조선업이 전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 기본설계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생산설계 기술이 없어 국내 조선소들이 경쟁력을 갖고 앞으로의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해양플랜트와 관련한 핵심기술은 모두 유럽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며 "앞으로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자체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한 것이 국내 조선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해양대학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유럽과 중국에서는 해양대학과 석유대학이 있다. 이는 지질조사를 하고 시추와 채굴을 할 수 있는 전문인 양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양대학은 선박 운전자와 엔지니어만 양성할뿐 기초학과 시추기술 등을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아쉬워 했다.

장목면에 건설 중인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박 교수는 "현재의 규모로는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양지질과 해양 동·식물 등을 탐사하고 바다 밑에서 석유와 철광석 등을 캘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해양대학교가 유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다가 존재하는 한 수송기기산업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선박·항공기·자동차 산업 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번 기회에 조선업의 군살을 빼고 체질을 개선한다면 늦어도 2년 안에는 조선경기 회복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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