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이들처럼' 이소베 유꼬·김정훈씨 부부

일본여자 이소베 유꼬씨(32)와 한국남자 김정훈씨(40). 이들은 부부다. 7살·5살 두 남자아이를 온 힘을 다해 키우고 있는 거제생활 10년차 보통의 우리 이웃이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스무 살 아가씨와 스물여덟의 제주도 총각은 캐나다 유학시절 만났다. 언변 좋고 장난끼 많은 총각은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사랑은 자연스러웠고 이 사랑은 김씨의 유학생활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일본에서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 '학생' '무직' '어린 딸을 사랑하는 나이 많은 남자' 등의 조건 때문에 처갓집에서의 문전박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들 어쩌랴. 이 어린 아가씨는 이 총각이 좋았단다. 고뇌 끝에 유꼬씨는 집을 나왔다. 그리곤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보태가며 그의 옆을 지켰다.

남자는 고맙고 미안했다. 백화점에 걸린 옷 한 벌 사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주고 견디는 여자를 위해서라도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해 주고 싶었다. 2년 뒤 그는 대우조선해양에 보란 듯이 입사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한국에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왔지만 당장 핑크빛 생활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거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던 정훈씨는 유꼬씨를 데리고 올 수 있는 형편이 안됐다. 그녀는 남자의 부모님이 살고 있던 제주도에 남게 됐다.

유꼬씨는 "당시 갈등이 많았다"며 "말도 안 통하는 한국에서 남편도, 내 집도 없이 시부모와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렇게 불안해하는 그녀를 위해 남자가 선택한 것은 대학에 진학시킨 것이었다. 자신이 회사에 적응하며 그녀를 데려올 여건을 만드는 동안 그녀에게 기회의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해줬던 것처럼. 여자는 그렇게 제주도에 머무르는 4년의 시간동안 결혼과 출산을 병행하며 대학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녀는 "대학 4학년 때 아기를 낳았는데, 남편은 없고 아기는 잠도 안 자고 보챘고 학교는 가야하는데 식당을 하시는 시부모님에게 부탁을 하기엔 너무 미안했다"면서 "그때 아버님이 나서서 아기를 안아 재워주셨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가 시간을 보내며 학교 간 나를 기다리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하늘나라로 가신지 3년이 지났다. 지금은 아버님과 보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기억할 것을 많이 주시고 가셔서 감사하다"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여자는 남자의 식구들에게 사랑 받는 며느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남자는 장인·장모에게 어엿한 사위로 인정받아가면서 가족의 울타리를 넓고 단단하게 만들어냈다.

이제 여자는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자신이 지나온 길을 이민자들이 좀 더 쉽게 걸어올 수 있게 작지만 큰 도움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번역이라든지 통역 등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에 시선을 두고 있다. 물론 그런 그녀의 뒤엔 언제나 힘을 실어주는 남편이 있다.

지금 남자는 좀 흔들린다. 충성을 바쳤던 그의 회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10년의 충성에 그는 댓가는 받았다고 느낀다. 아내와의 결혼·내 아이·새 집 다 회사의 존재로 가능했다고 그는 믿는다. 그래서 좀 의연하다. 조금만 흔들리고자 한다. 그리고 극복을 믿어본다. 그래서 여자에게 말한다. 힘들다고. 하지만 여자가 그와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해 왔듯이 함께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즐겁게 느껴진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정훈씨는 "'회사가 있고 내가 있고 마누라가 있다'는 식으로 항상 참아주기만을 바라고 살아왔던 것 같다"면서 "천천히 갚아가며 우리의 아이들과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말로 여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여자 역시 남자를 향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수줍은 얼굴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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