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석 통합 장승포동 주민자치위원장

다가오는 5월1일이 되면 마전(麻田)동이라는 지명은 거제지명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

소규모 행정동 통합지침에 따라 1998년부터 이어져 오던 마전동과 장승포동과의 통합이 성사되면서 원래 한 뿌리였다는 의미를 내포하듯 '장승포동'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주민들의 시원섭섭한 마음이야 통합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점으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마전동이라는 이름이 없어지며 장승포주민이 되는 마전동민들의 섭섭함과 발전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크다. 이런 마음을 서로가 어루만져주는 듯 통합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마전동 출신의 김경석 위원장(67)이 선출됐다. 이·통장협의회장은 장승포동 출신이 맡는다.

몇 번의 고사(苦辭)를 거쳐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김 위원장은 "마전동에서 자치위원장을 수행한 나에게 다시금 기회를 준 이유는 지역민의 융화라는 특명 때문일 것"이라며 "2개동 단체의 대표들이나 위원들의 양보와 협의로 자치위원이 선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들과 함께라면 2년이라는 시간동안 후배에게 좋은 발판을 만들어주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원래 우리는 하나였다. 과거의 장승포로 돌아온 것"이라며 "하나가 됐으니 네 것 내 것 없이 서로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말 그대로 주민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주민들을 위한 단체다. 장승포시로 승격되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거쳤던 장승포 지역은 거제군이 시(市)로 승격돼 시청이 고현으로 옮겨가고 조선업이 호황일 때 서서히 뒤처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민들은 지역발전과는 거리가 멀게 자꾸만 뒤처지는 것이 답답하기만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비록 시작은 행정에서 출발한 통합이지만 이 통합이 이들의 삶에 새로운 돌파구가 돼줄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하다.

김 위원장은 "마전동은 유일하게 개인소유의 상업필지가 없었던 곳이다. 이번에 통합과 동시에 상업지가 생긴다. 이 말은 그 일대에서 여러가지 사업을 할 수 있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장승포는 관광사업을 하기에 충분하다. 장승포항을 개발해 저녁이고 낮이고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상업의 발전은 따라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항구의 조명사업이라든지 호국평화공원 건립 등 나아갈 길이 많은데 사업의 계획만 있고 진척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마전출신으로 8남매의 장남이기도 한 김 위원장이 마전동에 관심을 돌리며 자신의 삶을 이곳에 올인 한 것은 쉰 고개를 넘기고 나서다. 주위의 권유도 있었지만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해 봐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주민들과의 만남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행정적인 일을 보는 사람들은 객관화된 서류 속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식이 있다는 서류상의 이유만으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굶는 노인들이 너무 많아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나의 작은 도움이 다른 이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6년이라는 시간을 끝으로 통장활동을 그만두려 할 때에는 주민들에게 "당신이 이 일을 그만두면 우리는 누가 돌보냐"며 따짐 아닌 따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제 다시 통합 장승포동의 주민 속에서 앞장서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다"며 "행정에서 통합 전 약속한 것을 이뤄주기를 진정으로 원한다. 우리 소시민들의 목소리들이 반영돼 장승포의 발전이 결국 거제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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