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나팟사완 옥포종합사회복지관 영어회화 교사

"언어는 공부가 아니에요. 중국어 공부, 수학 공부가 아닌 그냥 생활표현에 사용되는 도구일 뿐입니다."

원어민 강사인 미분나팟사완씨(36·태국)는 영어를 대하는 우리 모습을 이렇게 꼬집었다. 초·중·고등학교 12년을 줄기차게 읽고, 쓰고, 외웠건만 노란머리 사람이 다가와 한마디라도 걸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라 유일하게 잘하는 한마디를 뱉는다. "아이 캔트 스피크 잉글리쉬 배리 웰(저 영어 못해요)."

옥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지역민들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영어회화 과정이 인기다. 정말 '말(言)'을 해야하는 수업 프로그램으로 인해 주1회당 2시간인 교육시간은 왁자지껄 삶의 현장이 된다.

대화위주의 초급과 중급 회화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는 한국거주 10년차의 태국출신 미분나팟사완씨(한국명 황빛나)다. 태국 출신이긴 하지만 호주에서 6년이라는 시간동안 유학을 했다.

2007년 한국남자와의 연애결혼과 동시에 한국에 온 그는 2008년에 원어민 회화과정을 이수하고 고현의 거제시여성단체협의회와 방과 후 학교 등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미분나팟사완씨는 "한국에서 처음 수업을 할 때는 영어로만 했다"면서 "한국어가 서툰 것도 있었지만 영어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고 대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개월 초급과정 첫날 수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이름이라도 불러보려고 해도 대답을 하지 않는 학생이란다. 책을 보고, 읽고, 듣고, 적는 교육을 기대하고 왔던 많은 수강생들은 그의 교육 방식을 불편해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질문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미분나팟사완씨는 "한국 사람들은 영어단어나 문법 등 영어에 관해 많이 알고 있다"면서도 "영어라는 언어를 생활에서 사용하지 않으니까 사용방법을 모를 뿐인데 이런 요청들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수강생들이 취미생활로 영어를 한다고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인 것은 인정한다"며 "자신감만 가지면 가능하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그에게 대한민국은 이국(異國)이다. 20살 이후 시집을 오기까지 지냈던 호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국인들과 적응하며 살아온 그에겐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터이다.

미분나팟사완씨는 "이민이 됐든 이주가 됐든 타국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면 이해의 개념이 아닌 서로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분나팟사완씨는 "그 문화 속에 들어가서 보다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안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 "이때 이해를 하려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 문화를 배우는 것이 많다"며 "좋은 점은 학생들과 제가 보통의 '판단'이라는 것을 안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사람은 이렇게 하는데 외국사람이라서 이렇게 한다는 식의 판단은 필요 없다. 문화는 판단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어로 진행된 인터뷰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그의 언어실력 칭찬에 그는 "우린 모두 자신의 언어에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신랑은 '보고싶다'라는 한국어가, 난 'MISS YOU'가 더 정감있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살고 싶다는 그이지만 우선은 재미있게 수업하는 '선생님'이고 싶어 했다.

미분나팟사완씨는 "해외여행을 갔다 와선 '내 말이 통하던데요'라며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이 또 다른 보람"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선 학생들의 용기를 끄집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나의 몫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여행가가 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형식의 여행가가 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신의 생활을 충실히 꾸미고 있는 미분나팟사완씨는 인터뷰 내내 즐거워 보였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