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제일고 박종배 신임 교장

입시지옥, 어딘지 모를 차별, 한 번쯤 부당하다 싶은 체벌의 경험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로 뽑는다.

막연하지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고, 꿈에 다가가게 이끌어준 스승과 실력을 겨루던 친구들이 서로 엉켜 순간순간의 힘듦은 희석되고 마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지금의 젊은이들도 그럴까. 어느날부터 스승과 제자라는 단어는 의미를 잃어버렸고, 선생과 학생이라는 직업군이 호칭으로 자리 잡았다. 선생은 '스승'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고 학생은 '제자'이길 거부한다.

지난 2일 거제제일고등학교는 박종배 교장(55)을 새 수장으로 맞았다. 올해 거제지역 공모교장으로 선출된 3명 가운데 1명이 박 교장이다. 공모교장이란 연공 서열중심의 학교인사에서 벗어나 교장을 교육자의 자질을 갖춘 외부나 내부인사에게 개방함으로써 공교육을 혁신해 보겠다는 의도의 제도다.

박 교장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고 싶었다"며 "기쁘면서도 교장으로서 처음 내가 선택한 학교에 대한 무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짧은 인사를 전했다.

그는 "64년의 전통을 가진 자립형 공립고인 거제제일고는 지금도 많은 변화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학교"라면서 "학생중심의 활동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일선 교사들과 협력해서 해 나갈 생각"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박 교장은 1985년부터 교편을 잡았다. 그가 교사가 되기까지 어려운 가정환경은 족쇄였다. 힘든 형편의 8남매 집에서 장남이 아닌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했고 교육은 그저 욕심이었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집에서는 언제나 취업을 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늘 그의 앞에서 그에게 길을 잡아주는 스승들이 있었다.

그는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교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공부하길 권했고 이겨내길 바랐다"며 "그 스승들을 생각하며 아이들을 가르친다. 내가 스승의 등불을 보고 이렇게 왔듯 아이들도 내 등불을 보고 올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교육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 교장은 마음이 바쁘다. 출근과 동시에 둘러본 학교는 외형적으로나 내부적으로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결정으로 변화해 갈 학교를 생각함에 달아오르는 열정과 빨리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에 긴 호흡이 필요할 지경이다. 특히 거제제일고 학생들의 특성을 살려 아이들이 잘할 수 있고 재미있어 할 교육을 찾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애시당초 시작됐다.

박 교장은 "수업에 흥미가 없고 잠이 오는 학생이 책상에 앉아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깨어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머리가 깨 있어야 진정 깨있는 것이기에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교사들의 교육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버리자·세우자·지키자'를 모토로 교사들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면서 "고리타분한 방식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새로움을 세워 학생이 즐거운 학교, 학생의 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미래에 필요한 창조적 인간을 육성하겠다는 거제제일고의 교육목표는 결국 학생 서로가 나누고 배려하며 협동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꿈을 가꾸며 배움을 즐기는 학생을 기르겠다는 것"이라며 "학생이 즐거운 학교, 배움이 즐거운 학교로 거듭날 거제제일고의 큰 변화를 응원의 눈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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