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예찰 및 방제 전문 봉사 문명선 제2대 산울림 단장

'좋아서 하는'이라는 마음은 일반적인 기준이나 합리적인 계산 혹은 객관적인 표준을 벗어난다. 모두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이 마음을 좇는 이들이 만드는 세상이 좀 더 색다른 맛을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틀린 맛이 아닌.

'산이 아프다는 울음이 들리지 않느냐'는 물음의 자조에서 직장인 봉사단체 '산울림'의 어원은 시작됐다. 시작이 그래서인지 이들이 봉사를 하는 대상은 아파하는 자연, 그 중에서도 소나무다. 그리고 다시 사람이다.

자신들의 일터 주위의 소나무들이 병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보통사람들은 안타까웠다. 그리고 움직였다. 내 주위의 나무라도 살려보자고,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보자고. 마음과 뜻을 같이할 동료들을 모았다. 이후 '산울림'이란 이름 아래 20명이 모였다.

지난 2013년 4월 결성돼 3년째를 맞이하는 이들은 80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봉사단체로 성장했고, 지역의 많은 이들의 칭찬 속에서 각종 상을 섭렵하며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제지역의 소나무 재선충 피해를 막기 위해 전국 최초 민간주도로 결성된 재선충 예찰 및 방제 전문 봉사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안고 올 1월부터 2대 수장을 맡아 산울림을 이끌고 있는 문명선 단장(41)은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는 "많은 시민들은 우리 주위의 소나무가 재선충이라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자체를 모르고 있다"며 "임기 동안 재선충에 대한 예찰, 방제 활동 및 홍보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많은 시민들이 알고 함께 참여할 수 있게 체계화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이들이 펼치는 봉사활동은 약간의 전문성과 육체적 노동·안전을 필요로 한다. 이들이 돕는 활동 가운데 수간주사라는 소나무예방주사는 12월에서 2월까지 동절기 기간에 이뤄지는데 전문성과 육체적 노동·안전 등 3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한 작업이다.

초창기 임원진들은 주저하지 않고 거제시청으로 달려갔다. 소나무 크기를 자로 재서 구멍을 몇 개 뚫어 주사를 놓는 매뉴얼을 배웠고, 다시 단원들을 교육시켰다.

문 단장은 "배를 만드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몇 번의 설명과 실습으로도 곧바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장비가 손에 익지않아 작업속도가 느리긴 했었지만"이라고 웃어 보이면서 "이제는 드릴작업·주사·표시 등의 작업을 분업화 해,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울림의 봉사활동은 지역 공원조경 및 시설보수·환경정화·독거노인에게 전하는 사랑의 땔감나누기·성지원 원생과 함께하는 자연사랑 봉사 및 홍보·자녀들과 함께하는 소통의 봉사활동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에 대해 문 단장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봉사활동에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단원들이 많아지고, 지역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같이 하자고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루 종일 대화도 않는 가족이 많다고 하는데 자연을 벗 삼아 봉사도 하면서 땀도 흘리고, 아이들과 눈도 맞추며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에 더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문 단장은 자신 있게 제2의 고향은 거제라고 말한다. 1994년에 이곳으로 와 22년째 생활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아름다운 거제도를 자신의 아이에게 건강하고 푸르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고향에 대한 마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단장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활동이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변해 꾸준히 이어진다는 것은 내가 재미있고 좋아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도약할 수 있는 산울림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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