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아동병원 강두철 소아신경전문의

신경계 질환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아이를 키우는 학부들에게 익숙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뇌전증(간질),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등 부모의 보다 많은 관심과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질환들을 어렵지 않게 주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소아신경에 해당하는 이 질환들은 전문의의 진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제유일의 소아신경전문의 강두철 원장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아신경 질환 특히 뇌전증에 관한 시민의 인식변화의 작은 물결을 일으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강 원장은 거제아동병원에 짐을 풀었다. 그는 통영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신촌세브란스병원 전문의·창원파티마병원 과장을 지낸 소아신경계의 전문가다. 의사를 쫓아 거제를 찾아온 환자들은 '거제사람들은 행운입니다'라는 말로 그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병에 대한 무지에 의해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며 여러 매체에 의학칼럼의 형식을 빌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피력하는 활동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그는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니다. 옛날 이 병을 천형이라 치부하고 숨겼을 지라도 지금은 그러면 안된다. 약도 있고 답도 있다. 치료를 해 아이가 세상에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안타까워했다.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뇌전증은 뇌의 이상 자극에 의한 것으로 경기·발작·경련 등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구의 0.5~1%가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으로 꽤 어렵지 않게 주위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이 뇌전증 발생의 70% 이상이 소아기에 나타난다고 한다.

강 원장은 "일반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경기의 모습은 눈을 치켜뜨고 팔다리가 뒤틀리며 소리를 지르고 입에 거품을 무는 '대발작'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발작보다는 '부분 발작'이 더 흔하다. 부분 발작은 옆에서 전혀 모를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멍하게 앉아 있는 일이 반복되거나 경기를 반복하는 아이는 병원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면서 "소아간질을 방치하면 뇌손상 등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정확한 진단아래 내려진 처방으로 2년에서 3년 정도 약을 투여하면 10명중 7~8명은 평생 약물 복용 없이 간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서 "20%에 해당하는 난치성간질환자의 경우에도 '케톤생성식이요법'이나 수술 등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니 외면하면 안된다. 이들도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환우가 선물한 그림과 딸이 그려준 겨울왕국의 '엘사'가 나란히 벽을 장식하고, 사회복지단체의 명함이 찍힌 달력이 책상 한 귀퉁이에 놓여 있는 강 원장의 진료실 풍경은 따뜻하다. 올해 거제시의사회 총무가 됐다고 하니 그의 친화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의사로서의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강 원장은 "어떤 직업이든 여러 가지 윤리들이 있겠지만 '측은지심'이 가장 기본이 될 것이다. 남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베풀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며 "아플 때 저곳에 가면 나을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뇌전증·ADHD 등으로 아이들이 부산이나 서울에 가지 않고도 거제에서 1차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이 치료를 통한 완치로 생활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동기가 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