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창간 27년 특별기획④-【언론토론회】지역언론의 현주소를 말하다

거제신문이 창간 27년을 맞아 2030을 키워드로 하는 다양한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네번째 기획으로 지난 10일 거제관광호텔 대연회장에서 가졌던 '거제신문 언론토론회-지역언론의 현주소를 논하다'를 지상중계 합니다. 이번 토론회는 거제신문이 주최·주관하고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후원했습니다.  <편집자주>
 
 ● 토론회 참석자
△거제대학교 이헌 교수 △거제시의회 한기수 의원 △거제시 손삼석 문화공보담당관 △거제시의회 전기풍 시의원 △거제지역언론사협의회 서용찬 회장 △김한주 변호사 △정재식 장원서점 대표
 
● 사회자: 오늘 토론회는 거제지역 언론의 현주소를 재조명하고 언론발전을 모색해보고자 마련됐다. 거제신문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거제신문이 거제에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질문으로 거제지역 언론 현실에 대한 문제점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패널들의 생각을 들어보겠다.
 
● 이헌 : 현재 문체부 등록돼있는 거제지역 정기간행물 현황은 총 32개로 돼 있다. 2000년 이전에는 거제신문과 새거제신문 2곳만 등록돼 있었다. 이후 2010년까지가 14개가 등록됐다. 그리고 2010년 이후 현재까지 19곳이 등록돼 있다. 특히 2013년은 6곳이 등록해 언론 홍수가 일어난 해가 됐다. 32곳 가운데 언론적 기능을 갖고 있는 곳이 대략 20개로 분석된다.
2015년 6월 말 인구 25만2823명의 거제시로 봤을 때 32개 내지는 20개의 뉴스매체가 지역 안에 있다는 것은 과히 언론 흥수라고 말할 수 있다.
 
● 한기수 : 지역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언론을 바라보는 입장을 전하겠다. 6년 전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발로 뛰며 현장성이 묻어나는 기사를 많이 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사는 많아졌지만 인력수급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현재 지역언론은 보도자료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이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실제 언론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 손삼석 : 언론은 시민들의 알권리와 사회의 감시를 통해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같은 역할보다는 특정 개인의 의견을 마치 전체 시민의 목소리인 것처럼 보도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또 언론이 자체적으로 좀 더 나은 보도를 위한 기준 같은 것을 마련해야 한다고 느낀다.
 
● 정재식 : 많은 신문을 빠트리지 않고 본다. 아침에 출근을 하게 되면 컴퓨터를 통해 언론사 별로 어떤 기사가 1면을 장식했을까를 유심히 살핀다. 앞선 패널들이 말씀했듯 한 두건의 기사를 보고 나면 나머지는 거의 보도자료에 치우쳐져 있다. 젊은 층들이 지역신문을 많이 봐야 하는데 SNS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 김한주 : 1990년 거제신문에서 일하면서 일주일 동안 원고지로 100장 정도의 기사를 쓴 기억이 난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발로 뛰거나 기획기사를 썼고 나머지는 보도자료를 기사화 했다. 상당히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당시 거제신문과 기성신문은 상당한 경쟁상태에 있었다. 신문이 배달되면 상대 신문의 기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종은 못 잡아도 낙종은 하지 말라는 말처럼 혹시나 낙종은 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현재 지역 언론사가 많다는 것은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열식 보도자료를 돌려쓰거나 특정 신문에서 기사의 아웃라인을 잡으면 그것을 약간 변경하는 이상한 경쟁이 만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전문성이 많이 부족한 기사들이 흔히 보인다.
 
● 서용찬 : 앞선 패널들이 말씀해 주신 내용이 가슴을 후벼 판다. 오늘은 수요자라기보다 공급자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겠다. 언론사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활동이 활발하고 다양한 여론의 통로가 있다는 것으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그럼에도 염려되는 것은 인구 25만 도시에 과연 30개가 넘는 언론사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다. 인구 1만명 꼴로 신문사 1곳이 있다고 설명이 되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의문이 있다.
 
● 전기풍 :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지역사회에 비판기능을 소중히 하는 지역언론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사회가 건전하게 가려고 노력한다는 방증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정의를 세우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밝은 면이 있기 때문에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양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본다.
● 사회자 : 패널 분들의 발언 중 추가할 내용이 있거나 반론이 있으면 말해달라.
 
● 이헌 : 기고문의 경우 우리 지역에서는 여러 언론사에 동시에 뿌린다. 시점이 동일하다 보니 지면이나 인터넷에 동일한 패턴이 나타나 버린다. 이것은 절대 금기라고 봐진다. 두 번째는 보도자료에 각 언론사의 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라도 제목을 달리 가져갈 수 있고 또는 약간의 논평적 부분을 담아 차별화하기를 바라는데 그것이 부족하다. 서른 개가 넘는 언론사에서 각각의 정체성을 갖고 비판을 한다면 시민으로부터 서른 개 전부가 구독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 사회자 : 지역언론 난립에 대한 이유와 지역언론 난립에서 발생하는 폐해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 서용찬 : 참 많은 부분을 생각했다. 지역언론이 난립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언론사를 설립할 수 있는 기준이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사업장이 있고 직원 3명을 등록 할 수 있으면 된다.
1인 미디어가 등장하게 되고 언론사에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양산되면서 언론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독자들이 진실에 접근하는 데 신문이 변별력을 떨어뜨린다.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해졌는데 전문성은 부족하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조악적인 편성을 한다. 이 때문에 본질적 기능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생계형 언론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다. 언론 본연 기능보다 신문의 이익을 위한 거래 수단으로 기사가 작성되거나 또는 특정한 집단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선전에 언론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다.
 
● 이헌 : 개인감정이 작동하면서 언론사가 생겨나는 것을 봤다. 또 언론사 내부에서 기조 방향이나 개인적 마찰이 생기면서 독립해서 언론을 창간하는 현상도 소수지만 있었다고 본다. 취업난도 간과하지 못한다. 지역적 성향도 언론이 많이 창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치열한 고민·검증을 거치지 않고 일단 언론사를 창간하는 것도 문제다.
많은 언론이 난립하다 보니 언론사별로 기자 인원이 부족해 다양한 사안을 발도 뛰며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은 가장 큰 폐해 가운데 하나다. 기자가 선호하는 부분에 집중해 기사를 쓰다 보니 결과적으로 원치 않는 선별적 쏠림현상이 발생한다. 언론사의 한계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새로운 사회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 김한주 : 조선 관련 기사의 경우 거의 수주에 관련된 기사다. 하도급업체의 도산·단가·시수·비정규직 문제 등을 심층 있게 다루는 언론을 본적이 없다.
흔히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언론이 또 하나의 힘을 가질 수 있다. 정보를 가지는 것이 힘이 되니 재력을 갖춘 사람이 언론사를 창간하기도 한다. 또 먹고살기 위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않고 광고를 수주하는 등의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 한기수 : 지난 10년 동안 지역경제가 성장하면서 광고시장이 형성됐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지역언론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실제 언론사로서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많이 한다. 또 인터넷 같은 경우 경쟁적으로 클릭 수 채우기를 하고 있다. 선정적인 기사를 게재하고 특정단체의 무분별한 요구를 실어 클릭수를 채운다.
 
● 이헌 : 언론이 많아지면서 시민이 불편하고, 행정이 불편하고, 기업과 광고주가 불편한 것은 오늘날의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지역에서 몇 개 정도의 언론사가 기능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해 보고 싶다.
 
● 손삼석 : 거제에서 언론이 난립하게 된 이유는 언론사의 경제구조가 광고수입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제시에는 관공서·대형조선소·조선협력업체가 있다. 또 인구가 증가하다보니 아파트 신축이 활발하다. 이 때문에 언론사에서 정보를 통해 광고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타 지역보다 더 잘 갖춰져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언론사가 많이 생기다 보니 실력이 있든 없든 기자들도 늘어나게 된다. 이들 기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언론사를 그만두면서 언론권력의 맛을 잊지 못해 상대적으로 창간이 수월한 인터넷 매체를 선택해 창간하는 것도 언론사 난립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 전기풍 : 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그 정보를 더 빨리 더 많이 접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폐해도 많이 발생한다. 인터넷 언론의 경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 위주로 가다보니 지역 정치인들이 놀잇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지로 살아가는 정치인은 사진 한 장, 문구 하나에 민감 할 수 밖에 없다. 민주적인 여론형성을 위한 것도 좋지만 개인적인 부분에는 보다 신중을 기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매번 찾아가야 한다.
 
● 사회자 : 앞으로 지역신문들이 다뤄야 할 내용과 살아남기 위한 출구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 정재식 : 일반 독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갈망한다. 현재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항상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거제지역 역사에 대해 기사화 하는 언론사가 적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역소식을 접하고 현안을 알기위해 신문을 보게된다. 이들에게도 지역 향토사에 대한 내용을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또 최근 들어 조선경기가 침체기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일거리가 줄었다고 체감하는 근로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선경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만 하지 말고 왜 어려운지에 대해 시민들에 제대로 알 수 있게 풀어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한주 : 예전 전두환 대통령 시절 과외는 불법이었다. 당시 동아일보 데스크에서 사회면 톱기사를 뽑을 수 없어 사건 단신들을 살펴보다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 과외를 하다 구속된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사건들은 비일비재해서 넘어갈 수 있었는데 데스크의 판단으로 밀착취재를 하게 됐다. 그 여학생의 경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과외가 아니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그 사연을 사회면 박스기사로 다뤘고 그 기사 하나가 과외금지 제도를 폐지시켰다. 지역기자들도 단순한 단신기사에 접근할 때도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졌으면 한다.
 
● 서용찬 : 기본적으로 신문은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언론자체가 권력적 속성을 가진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은 결코 권력이 돼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이 공적 기능을 충실히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그 다음은 팩트다. 사실에 근거해야 되고 그리고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이같은 바탕 위에서 회사가 논조와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언론사가 살아남기 위한 출구전략은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신문도 시장 경제 논리와 같다. 독자를 위해서 자사의 가치·논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신문을 독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진열대에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다. 
 
● 전기풍 :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사실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사화 했을 때 상당히 큰 사회적 파장을 낳는다. 비판은 당연히 언론의 기능이지만 비난은 잘못된 것이다. 출구전략은 결국 직필정론이다.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독자다. 독자가 넘쳐나는 언론은 광고가 스스로 찾아오게 돼있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선 순환구조를 만드는 언론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됐다.
 
● 손삼석 : 지역에서 일어나는 의미있는 소식을 지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지역의 이슈가 되는 사례들을 발로 직접 뛰면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취재기자부터 공인이라는 신념을 갖고 높은 도덕성과 성실함으로 임해야 한다.
 
● 한기수 : 언론사의 숫자가 많은 만큼 한 언론사별 종사하는 기자 수는 적어졌다. 기사수급은 결국 비용의 문제다. 광고시장이 줄어들면 기사수급도 어려워질 것이다. 현장감 없고 고민하지 않는 기사가 계속 생산되다 보면 결국 생존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본다. 
 
● 이헌 : 지역역사는 지역언론이 다 정리해 만들어 놓는다. 이런 빅데이터를 어디서 구하겠는가. 이러한 사명감을 좀 더 높여야 한다. 어떤 언론이든지 기조는 분명해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솜뭉치를 들이대기 보다는 강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뉴스거리가 꼭 시사적일 필요는 없다. 예방·결과·분석도 필요하지만 삶의 이야기가 녹아나야 한다.
 
● 김한주 : 전체 신문기사의 90% 이상이 정보전달의 기능을 한다. 언론이 자기 색을 드러내는 것은 사설과 칼럼 부분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에 관해 학부모 단체에서 성명을 내면 그대로 실어주는 것이 일반적인 언론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신문만이 가지는 색깔을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회자 : 마무리 발언 부탁드린다.
 
● 이헌 : 지역신문은 바른 지역 역사를 정리하는 곳, 그리고 그것을 끌고 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공학을 하면서 생산관리나 품질관리 감독 이런 코드를 굉장히 강조한다. 이를 언론에 비교하자면 독자가 만족하고, 독자에게 감동이 이어지도록 하면 지역신문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정재식 : 기자 한사람이 여러 분야를 취재를 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하나의 기사를 완성하기까지 용어 하나라도 세심히 신경을 썼으면 한다.
 
● 김한주 : 미국의 경우 지역언론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기사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신들도 그 지역 언론을 본다. 거제지역 언론도 중앙지나 외신에서 그대로 인용할 수 있도록 능력과 지위를 갖췄으면 한다.
 
● 서용찬 : 신문이 특정한 이익이나 집단의 목적을 위해 기사를 쓸 경우 저널리즘이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기사를 쓸 때 보도준칙이나 윤리강령을 확인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시간도 필요하다. 
 
● 전기풍 : 가장 가까이에서 지역 주민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이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의 차이점이 아닌가 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고 건전한 비판기능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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