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거제의 그날까지3]
주요 해안변·모래사장 쓰레기 방치…거제해양관광도시 이미지 실추

 

▲ 남부면 명사해수욕장

 

오는 7월1일 개장을 앞둔 거제지역 해수욕장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말을 이용해 관광객과 시민들이 지역 곳곳에 위치한 해수욕장을 방문하고 있지만 미흡한 준비와 관리로 인해 해양관광도시의 이름을 무색케 하고 있었다. 해수욕장 개장을 한 달여 남짓 앞둔 6월 첫주 거제신문이 지역 주요 해수욕장을 돌며 현재 상황을 점검해 봤다.

동부면 가배리에 위치한 덕원해수욕장. 동그란 만으로 형성된 모래사장이 약 400m 정도 이어져 있는 덕원해수욕장은 가족단위의 피서객이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거제 토박이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물 맑고 모래 곱기가 손에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덕원 해수욕장은 거제시 지정 해수욕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어업폐기물에 해당하는 스티로폼이 백사장에 어지럽게 널려있고 각종 쓰레기가 해안가를 장악하고 있었다.

해금강 초입에 위치한 남부면 함목해수욕장은 몽돌해변의 특성 탓인지 육안으로는 깨끗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해변에 내려가 보면 이곳 역시 각종 생활쓰레기가 이곳저곳에 널려 있는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목해수욕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던 김수연씨(38·서울)는 "3박4일의 일정으로 여행 와 통영에 하루 있다가 이틀은 거제에 머물고 있다"면서 "몽돌해변이다 보니 멀리서 보면 전부 깨끗해 보이기는 하지만 막상 가서 앉으려 하면 유리조각이라든지 군데군데 비닐과 같은 생활쓰레기가 있다"고 아쉬워 했다.

김씨는 "모래해변이 아니어서 신발을 신어야 해 다칠 염려는 좀 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역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역시 함목해수욕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넓게 펼쳐진 몽돌해변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지만 검은 몽돌 탓에 가까이에 가지 않으면 구별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나마 이곳은 관광객들이 늘 찾는 유명지여서 그런지 관리가 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운면 와현해수욕장은 해수욕장 초입부터 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 진입하기 어려움이 있다. 올 여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와현해수욕장에는 엄청난 쓰레기들이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있었다. 길이 510m의 백사장에는 발 디딜 틈 없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쓰레기가 가득했다.

맥주병·과자껍질·폐스티로폼·낚시도구·폭죽·부탄가스·장화·비료포대 등 쓰레기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었다. 심지어 밀려온 해조류에는 날파리들이 들끓고 있어 '황금모래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 하청 칠천도 물안해수욕장

 

장목·하청면 지역 해수욕장도 쓰레기가 점령

장목면 농소해수욕장은 몽돌해변에 밀려든 해양폐기물과 각종 폐어구가 뒤엉켜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폐스트로폼을 비롯해 신발·각종 플라스틱 제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해수욕장 한 쪽에는 사람 키만큼 자란 풀과 폐어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황포해수욕장은 무성한 잡초 사이에 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었다. 주민들이 한곳에 모아놓은 듯한 쓰레기 더미에는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각종 음식물과 쓰레기는 물론 폐어구·타이어·전선·나뭇가지 등이 엉켜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했다.

하청면 칠천도에 위치한 물안해수욕장 역시 각종 쓰레기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투가 이곳저곳에 버려져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놀고 간 뒤 발생하는 대형 스티로폼 상자들이 곳곳에 방치되고 있었다. 특히 대형의자와 쓰레기를 담은 자루·폐그물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 옥포동 덕포해수욕장

 

덕포해수욕장, 양심은 사라지고 쓰레기만 넘쳐나

옥포동에 위치한 덕포해수욕장은 말 그대로 쓰레기 천지였다.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다 보니 모래사장과 해안가 인근은 각종 쓰레기로 넘쳐났다.

지난 6일 덕포해수욕장 환경정화 활동에 나선 거제국제외국인학교(교장 마일즈 잭슨) 교사와 학생·학부모 등 50여명은 해안에 널린 쓰레기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일즈 잭슨 교장은 "덕포해수욕장은 아름다운 바다"라면서 "이 아름다움을 잠깐의 이기심으로 망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정화 활동 전날 덕포동 하덕마을 주민들이 쓰레기 청소를 했지만 하루 동안 쌓인 쓰레기의 양은 엄청났다. 자신의 손보다 더 큰 쓰레기를 줍던 조안느 양(Johanne·8)은 "바다가 쓰레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나 양(Hanna·8)은 "한국에서 사는 동안 거제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예쁜데 쓰레기는 왜 아무데나 버리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수욕장 순찰을 돌던 옥포지구대 소속 경찰관들도 쓰레기 줍기에 동참했다. 옥포지구대 이학성 경사는 "순찰 도중 외국인들이 정화활동을 하는 것 보고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웠다"며 "관광지에서 고성방가나 과도한 음주행위를 하는 이들이 있으면 적극 단속하고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 일운면 구조라해수욕장

 

남부면 명사·일운면 구조라해수욕장, '청정 거제' 명성 유지

남부면 명사해수욕장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350m의 해안선을 가진 명사해수욕장은 고운모래와 맑은 물로 유명하다.

주위에는 천년 노송이 우거져 있고 민박도 가능해 여름 피서지로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캠프장이 들어서 있어 그런지 때 이른 관광객이 자리를 잡고 조금 빨리 온 여름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관광객 이동도씨(38·서울)는 "해외에서 지내다 이번에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5박6일을 거제에서 보내기로 작정하고 가족과 왔다"며 "리조트를 정하는 과정에서 명사해수욕장 근처로 오게 됐지만 후회가 없다. 정말 다시 오고싶은 곳"이라고 칭찬했다.

명사주민 최미자씨(64)는 "명사해수욕장은 물이 맑고 깨끗한 곳"이라며 "우리도 깨끗하게 가꾸려고 노력을 하지만 관광객들도 자신의 쓰레기는 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운면 구조라해수욕장 역시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새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백사장에 드문드문 박혀있는 조개껍데기와 약간의 해초들만 치운다면 곧바로 해수욕객을 받아도 괜찮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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