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해 /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1988)

 생가를 팔고 난 후 수리된 새 집이네
 대문 앞 흙바람에 두 아름 포구나무
 나무는 수리할 수 없었는지
 그대로여서 반갑네
 
 시장한 새라면 무인지경 불러와서
 숱한 열매 젖꼭지 달콤하게 먹인다
 참새들 낭독하는 그 집 내력
 나이테는 저장하고
 
 돌아와 다시 읽는 나무속의 지형도
 백년의 가쁜 숨으로 따라온 나무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흰 그늘이 유독 깊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8호(2015, 봄호)에 실린 시이다. 시적 화자는 생가를 팔았다. 그 집이 수리되어 새롭게 보인다. 대문 앞 두 아름의 포구나무는 그대로 서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참새를 비롯한 온갖 새를 불러들이는 포구나무는 그 집의 내력을 나이테에 저장하고 있지만, 수리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지금의 집으로 귀가하여 그 포구나무 속의 지형도를 다시 읽어 낸다. 그 집과 함께한 백 년 동안의 내력이 나이테마다 알알이 박혀 있다. 그 내력의 마지막 장에는 유독 '흰 그늘'이 깊어 슬퍼 보인다. 이 '마지막 장의 흰 그늘'을 생가를 지은 시적 화자의 부모라고 해석함이 타당할 것 같다. 그렇다면 '수리할 수 없는 나무'의 의미는 '되돌아올 수 없는 부모'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시처럼 모태 회귀 본능을 좇아 한 번쯤 자신의 생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을 성싶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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