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 / 계간 문장21 시 등단

 이찬란한여름날에
 
 중천에높이뜬태양은환하게미소짓고
 푸른하늘은솜털구름과뜨겁게입맞추고
 시원한바람은허공에수정처럼투명한현을튕긴다.
 
 눈부신햇살을가슴에껴안은찬란한대지에는
 보석처럼화려한원색의향연
 폭포수쏟아지는깊은계곡엔
 가슴을풀어헤친여인들의유영
 
 천진난만한아이들은
 비눗방울처럼영롱한웃음을허공으로터뜨리고
 한바탕소나기가지나간맑은하늘엔
 오색무지개가풍선처럼매달렸다
 
 이찬란한여름날에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8호(2015, 봄호)에 실린 시이다. 1930년대에 시인 이상이 실험한 시처럼 띄어쓰기를 거부한 시이다. 달리 말하면, 붙여 쓰기를 감행한 시이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의 여러 풍경을 나열해 놓았다. 풍경을 그린 시라서 특별한 감정이나 감동은 없다. 단지 여름날의 다양한 이미지를 감상하기를 바라며 시를 소개한다.
 더불어 이 시를 통해 이상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이상의 실험 시를 추종하는 시인이 늘 존재함을 상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시처럼 독자 모두 찬란한 여름날을 만끽하기를 기원한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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