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 / 계간 문장21 시 등단

 피안의 심산유곡
 바람 따라 입산하여
 
 모서리 쌓여 있는
 티끌 조각 털어 내고
 
 가야산
 깊은 겨울밤
 불 밝히는 석등 되다
 
 가야산 발치 아래
 굴러 돌던 돌덩어리
 
 부덕한 가피 벗어
 풍경 소리 풀어놓고
 
 해인사 
 대웅전 아래
 별 꿈꾸는 석등 되다

·시 읽기: 이 시는 두 연(수)으로 구성된 연시조이다.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8호(2015, 봄호)에 실린 시조이다. 1연에서 시적 화자는 마음의 피안을 찾아 겨울바람 따라 가야산에 입산한다. 마음의 한 모서리에 쌓여 있는 마음속의 나쁜 티끌 조각마저 털어 낸다. 나아가 가야산의 깊은 겨울밤에 불을 밝히는 석등처럼 어둠을 밝히는 자가 되기를 염원한다.
 2연에서 사람의 발치에 밟히면서 돌고 돌던 가야산의 돌덩어리가 해인사 대웅전 아래서 별을 꿈꾸는 석등으로 거듭났다. 이 석등처럼 미래를 꿈꾸는 자가 되기를 염원한다. 세상 모든 이가 어둠을 밝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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