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장례문화, 부족한 인프라①]화장에서 자연장까지, 남해군 원스톱 종합장사시설

 

인구 26만의 거제시는 매년 9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76%인 730여명이 화장을 선택하고 있다. 사업비 84억원을 들여 화장한 유골 골분 2만3232구를 안치할 수 있는 공설추모의 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화장장 설치는 요원한 실정이다. 현재 화장을 선택하는 거제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인근의 통영시립화장장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통영시립화장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통영시가 지난해 말 거제시에 당초 요구했던 분담금 30억원이 너무 적다며 총사업비 228억 가운데 절반가량인 100억원을 부담하라고 나서 거제시와 통영시의 통영시립화장장 건립 협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사업비를 부담하느니 거제시가 직접 화장장을 건설해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선진장사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거제신문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화장장 설치로 갈등을 겪고 있는 타 지자체의 상황을 살펴보고 지역민들과의 합의와 동의를 바탕으로 화장장 설치사업을 원만히 마무리한 지자체의 사례 등을 통해 거제시와 지역사회가 화장장 설치문제를 어떠한 방법과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할지를 집중 조명해 본다.

 

 

 

 

남해군, 친환경 자연장지 남해추모누리공원 내 납골평장 조성해 혁신적 장사문화 선도
1979년 선진장묘 행정 도입 후 타 지자체 벤치마킹 쇄도…장사업무 전담부서까지 신설

남해군 서면에 조성된 '남해추모누리공원'은 대표적인 친환경자연장지다. 남해추모누리는 남해군에서 운영하는 장사시설로 11만7241㎡의 면적에 매장묘역·평장시설·봉안시설·화장시설·장례식장 등을 갖춘 원스톱 조합장사시설이다.

남해추모누리는 1997년부터 매장묘역과 봉안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해 1999년 4월 매장묘역을 준공했다. 현재 유자·비자·치자·동백·개나리 등 5개 매장묘역에 1450여기의 매장능력을 갖추고 있다.

남해추모누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납골평장이다. 납골평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나무 유골함에 넣어 자연적으로 부식되도록 하는 자연친화적 장법으로 화장과 매장을 결합한 혁신적 장사문화의 한 기법이다. 2004년 10월 남해추모누리에 납골평장묘역을 준공한 남해군은 납골평장 시범묘역 추진 확산을 통해 기존의 공동묘지를 납골평장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납골평장은 기존의 묘지 면적을 95% 이상 축소할 수 있고 자연친화적 공원화 시설로 기존묘지의 혐오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묘지관리에 대한 시간·경제적 불편을 해소하고 장례비용을 획기적으로 경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밖에도 남해추모누리에는 골분을 안치하는 안락원과 봉안담, 화장장, 장례식장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남해추모누리 장례식장이 새단장을 마치고 재개원 했다. 사업비 12억원을 투입한 남해추모누리 장례식장의 증축사업으로 기존의 1995㎡ 면적의 건물이 수평 증축을 통해 2459㎡로 늘어났다. 접객실 1실이 추가돼 총 3실이 됐고 휴게실, 매점, 조리실 등도 재정비됐다. 또 남해군의 선진장사 시책 추진과정을 요약한 홍보관도 설치돼 남해군 장사행정의 홍보기능도 갖춘 상태다.

 

 

선진장사팀 설치로 새로운 장묘문화사업 정착에 기여

남해군의 장묘문화사업 성과가 주목받으면서 타 지방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1979년 남해군이 선진장묘 행정을 도입한 뒤 중앙부처는 물론 타 지자체 공무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해군 장묘문화의 가장 큰 변화는 화장(火葬)문화의 정착이다. 남해군의 화장률은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에는 9%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0%를 넘고 있다.

남해군은 새로운 장묘문화 정착을 위해 제도적 정비와 적극적인 홍보를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특히 장례 및 묘지 등 장사업무 전반을 전담하는 부서인 '선진장사팀'이 2008년 7월 남해군 사회복지과(현 주민복지실) 내에 설치되면서 신 장묘문화 사업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선진장사팀은 현재 팀장 등 5명이 소속돼 있다. 선진장사팀 덕분에 남해군민들은 장례식과 사망신고 등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고 수준의 원스톱 장사행정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섬 지역인 남해군은 지난 1997년부터 농지와 산림 등 국토를 잠식해 나가는 분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장묘시책을 앞장서 개발해 시행했다. 날로 늘어나는 묘지로 인해 지역 내 토지 잠식이 심각했고 미관도 크게 해쳐 지역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남해군은 국가 기관보다 먼저 '후손에게 금수강산 물려주기'를 위한 장묘제 개선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공설공원묘원을 조성해 지역 내에 추가로 들어서는 묘지를 막고 '화장 유언 남기기', '화장서약서'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특히 남해군은 지난 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푸른 잔디밭에 납작한 빗돌만 놓는 평장묘를 전격 도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많은 면적을 차지했던 문중묘에 대해서는 개장 장려금까지 줘 가며 평장묘로 바꿔갔다. 지역 내 분묘 1만5000여기를 개장, 평장묘로 전환하면서 묘지가 차지했던 25만5000여㎡의 토지를 자연상태로 되돌렸다. 이 때문에 '국내 장사문화를 남해가 이끈다'는 명성도 얻게 됐다.

 

 

이 같은 성과는 선진장사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주민들이 전통 장례를 고집할 때가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현포 팀장은 "장묘 개선운동을 하다보면 1~2명의 주민들이 전통 장례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설득하는 게 가장 힘이 든다"고 말했다.

선진장사팀은 지금도 장사문화에 관한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봉분 수백 기가 꽉 들어차 흉물화 된 각 마을 공동묘지를 깔끔한 잔디밭처럼 만드는 '자연장 묘지' 전환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봉분 600기 이상이 들어차 있던 남해 평현마을 공동묘지를 개장, 깔끔하고 넓직한 잔디밭 자연장 공동묘지로 변신시켰다. 올해는 고현면 녹두산 공동묘지와 삼동면 지족공동묘지를 대상으로 이 사업을 펼 계획이다.

정 팀장은 "앞서 선배 공무원들이 이뤄놓은 국내 최고의 선진 장사행정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직원들과 함께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진장사팀은 남해군민들을 위한 각종 홍보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설명회 등을 개최해 친환경적이며 품위 있는 장례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선진장사팀은 전문 강사를 초빙해 자연장 제도의 장점과 자연장지 조성 절차에 대한 교육, 남해추모누리 자연장지 등을 비롯한 전국의 자연장지 조성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스스로 미래의 장례방법을 정할 수 있게 '사전장례의향서'를 제공하고 있다.

정 팀장은 "화장에서 자연장까지 원스톱 종합장사시설을 운영하면서 남해군민들의 다양한 장사문화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선진장사 시책을 개발하고 보급해 왔다"면서 "꾸준한 교육을 통해 화장 문화와 환경 친화적인 장사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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