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장례문화, 부족한 인프라②]화장장 건립 갈등심화, 진정 혐오시설인가

 

인구 26만의 거제시는 매년 9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76%인 730여명이 화장을 선택하고 있다. 사업비 84억원을 들여 화장한 유골 골분 2만3232구를 안치할 수 있는 공설추모의 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화장장 설치는 요원한 실정이다. 현재 화장을 선택하는 거제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인근의 통영시립화장장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통영시립화장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통영시가 지난해 말 거제시에 당초 요구했던 분담금 30억원이 너무 적다며 총사업비 228억 가운데 절반가량인 100억원을 부담하라고 나서 거제시와 통영시의 통영시립화장장 건립 협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사업비를 부담하느니 거제시가 직접 화장장을 건설해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선진장사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거제신문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화장장 설치로 갈등을 겪고 있는 타 지자체의 상황을 살펴보고 지역민들과의 합의와 동의를 바탕으로 화장장 설치사업을 원만히 마무리한 지자체의 사례 등을 통해 거제시와 지역사회가 화장장 설치문제를 어떠한 방법과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할지를 집중 조명해 본다.

 

 

 

 

경기도 화성시, 4개 지자체와 공동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건립사업 추진
주민, 협의체 운영없이 일방통행에 분노…경북 구미, 공사착공 후 대처

아직 대한민국에서 화장장 건립사업은 지역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장시설이 지역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은 인식하면서도 내 집 또는 우리마을 인근에는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화성시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 문제다. 경기도 화성시와 부천·안산·시흥·광명시가 공동 추진하는 종합장사시설 건립사업은 2017년 조기준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1212억원을 들여 화장로 13기, 봉안시설 2만6440기, 자연장지 3만8200기 등을 설치한다.

당초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로 추진되던 이 사업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건립사업이라는 명칭으로 바뀐 상태다.

사업추진 내용이 발표되자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4개 지자체 단체장들이 안전에 대한 확보를 약속하고 경기도가 갈등 중재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장사시설 건립 반대에 나선 인접 지자체 주민들과 갈등 조정을 우선 요건으로 제시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4개 지자체 단체장들은 지난 21일 환경오염이나 건강피해가 없는 안전한 시설 건립을 약속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과학적인 검증결과 수원 연화장, 세종 은하수공원, 용인 평온의 숲 등 화장시설이 환경오염과 건강피해가 없고 지가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화성시 등 5개 시는 계획대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호매실동 주민들의 우려 해소를 위해 환경문제 관련 예산과 인력을 최대한 투입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은 물론 필요 시 주민들에게 시설내부를 개방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가 관리지침을 통해 "화성시 숙곡1리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 신청을 하려면 인접 지자체간 갈등조정을 완료한 뒤에 합의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조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부 방침대로라면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수원 호매실동 등 주민과 화성 숙곡1리 주민들 사이에 분쟁이 합의를 통해 조정돼야 하지만, 수원 칠보산화장장 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화장장 건립 반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관리기구 신설로 돌파구 모색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어

화성시 공동형 장사시설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사업 참여 지자체에서는 갈등관리기구를 신설·운영해 문제 해결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갈등관리기구는 경기도가 주관하고 수원시 주민대표 5명, 화성시 5명, 갈등조정 전문가 2명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갈등관리기구의 결정사항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업 승인권자인 경기도 주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입지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주민과의 갈등 해결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갈등관리기구는 현재까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논의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화장장 건립사업에 참여한 5개 자치단체에서 (가칭)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화성시 관계자는 "부지면적의 2/3를 공원, 녹지, 산책로, 정원 등으로 꾸미고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문화·체육·예술인 묘역도 조성할 계획"이라며 "문화특구 조성으로 매년 기념음악회나 전시회, 고인의 넋을 기리는 행사 등을 열어 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관광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주민, 지자체 말 바꾸기에 분노

 

화장장 건립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칠보산 화장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각종 집회 등을 통해 사업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칠보산 화장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김인주 사무국장은 "5개 지역에서 모두 건립 반대에 부딪치던 화장장을 단 기간 내에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을 보고 누가 환영하겠느냐"며 "화장장 유치에 보상과 인센티브를 줘 숙곡리 지역민들의 허락을 얻었겠지만 이들을 제외한 주민들은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화장장 건립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화성시와 경기도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화장장 건립 계획절차에서부터 주변 지역민들의 의견이 무시된 만큼 화장장 부지 재선정 등 건립 반대에 강력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천시나 안산시 등에서 5년이 넘게 반대했던 사업을 화성시가 경제논리로 총대를 맨 것 같다"고 분석하고 "화성시에 최초 6곳의 화장장 부지 후보지역 가운데 매송면 숙곡리 선정에 대한 평가결과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사업추진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미 시립화장장 공사, 주민반대 강행

구미시립화장장 건립사업 역시 주민들의 반대로 2년여 동안 답보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경북 구미시는 올 초 일부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도 공사를 강행, 현재 기초토목 공사에 돌입한 상태다. 답보상태에 빠져 있던 구미시립화장장 건립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구미시가 화장장 건립공사를 시작하자 구미시 옥성면 옥관1리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구미시립화장장건립반대추진위원회(이하 반추위)는 건립반대 시위를 펼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3월31일 구미시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갖고 "화장장 부지는 행정구역상 농소2리지만 옥관1리에 더 근접해 있다"면서 "구미시는 옥관1리 주민들에게 보상은커녕 설명을 하거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사업반대를 위해 화장장 부지 진입로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였었다. 반추위는 또 최근 구미시를 상대로 경북도에 행정심판 청구와 함께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구미시는 공공의 편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원 사항에 대해서는 공사진행과 함께 대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옥성면 농소리에는 주민숙원·편익·수익사업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구미시 장사시설팀TF 권혁성 계장은 "시의회에서도 시립화장장 건립은 구미시의 품격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어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주민들과는 언제든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권 계장은 또 "2016년 화장장 준공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최근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거쳐 관련 법규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미시립화장장은 총 공사비 273억원을 들여 옥성면 농소리 일원에 총 부지 11만1854㎡에  화장시설 연면적 7250㎡, 화장로 8기 규모로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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