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심/시인·'문장21' 등단

 숲이 먼저인지 나무가 먼저인지
 아침이 먼저인지 저녁이 먼저인지
 굳이 따지지 않아도 그 존재는
 에메랄드처럼 빛난다
 
 태초에 숲이 있고, 나무가 있었다
 그것은 알파와 오메가요
 신화의 모태이며, 전설의 요람이다
 숲은 제사처럼 경건하다
 
 <중략>
 
 숲은 펄펄 끓는 청춘의 짙푸른 희망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처럼
 끝없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숲은 잠들지 못하고 꿈틀거리는
 무수한 미래가 별처럼 반짝인다

·시 읽기: 시 읽기 : 한현심 시인의 제2시집 '할머니의 뜨락에서'(2013)에 실린 시의 일부이다. 1연에서 시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듯, "숲이 먼저인지 나무가 먼저인지/ 아침이 먼저인지 저녁이 먼저인지"라며 체(體)와 용(用)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2연에서 "숲은 제사처럼 경건하다"라고 귀결하기 위해 "태초에 숲이 있고, 나무가 있었다/ 그것은 알파와 오메가요/ 신화의 모태이며, 전설의 요람이다"라며 기독교 신앙적 진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알파와 오메가"는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여기서 체용(體用)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윤동주 시인의 산문 「종시」에서 "종점이 시점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와 "나는 종점을 시점으로 바꾼다. 내가 내린 곳이 나의 종점이요, 내가 타는 곳이 나의 시점이 되는 까닭이다."라며 시작과 끝의 공간적인 지점이 결국 하나임을 표현했다. 이 시에서도 체용의 자연 순환적인 의미와 숲의 신성함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연을 읽어 보면, 미래의 희망에 대한 기원을 하고 있다. 이 시처럼 언제나 신성한 마음으로 미래의 밝고 맑은 희망을 품어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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