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시인·화가<1976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시집 '장미원' 등/<문장21> 편집주간>

   장마통에 쭐쭐해진
 
   미역 몇 가닥을
 
   날 좋은 날
 
   빨랫줄에 널어놨더니
 
   이놈들 봐라?
 
   온 집안 가득
 
   바다 행세를 하네!

·시 읽기: 1995년 시집『춘향이가 늙어서 월매가 되느니』(표현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시이다.
 제목에서 주제와 소재를 직감할 수 있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에는 미역뿐만 아니라 온갖 것들이 습기를 머금어 우글쭈글해진다. 미역 몇 가닥을 널어놓으면 온 집안 가득 갯내가 넘실댄다. 시인은 미역 내음의 긍정적인 심상과 우리 속담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라는 부정적인 심상을 동시에 겹쳐 놓았다. 좋은 사람은 좋은 향기를, 나쁜 사람은 나쁜 향기를 몰고 다닌다는 상징이다. 구린내를 풍기지 말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도 담아 놓았다. 이처럼 좋은 향기를 뿜어내는 삶을 살아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