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연초록 번져 나고
 벚꽃 몽실몽실
 봄기운 다투어도
 고요하다
 아름답다
 
 촉촉이 내린다

·시 읽기: 현종식 시인의 제3시집 『산 절로 물 절로』(2015)에 실린 시이다. 짧은 시이지만, 아이러니 기법을 통해 봄비의 속성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공간적 측면에서 보면 화자는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창이라는 안과 밖의 경계인 창문 너머에 내리고 있는 봄비를 통해 봄의 향연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아름답다"라는 시각과 "고요하다"라는 청각, 결행에서의 "촉촉이 내린다"라는 촉각과 시각의 공감각적 심상을 드러낸다. 이를 '본다'라는 시각화의 측면에서 보면, 화자의 눈에는 창밖에 봄비가 내린다.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는 연초록과 몽실몽실 터질 것만 같은 벚꽃이 아름답기만 하다. 나아가 화자는 시선을 통해 봄기운이 다투고 있다고 지각한다. 더불어 청각적 고요함과 시각적인 아름다움, 촉각적인 촉촉함을 만끽한다. 이 시의 봄비처럼 고요하고, 아름답고, 촉촉한 봄을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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