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걸/ 문장21 편집 고문·전 동의대학교 국문과 교수
저승에 두고 온 만연萬緣이
피멍으로 가라앉은 화덕에
한 아름
마른 솔가리를 지폈다
태양도 목말라 돌아누운 대낮
진흙 밟고 승천하는
욕진의 번뇌
네 아픔은
곧 내 아픔이려니
인과의 탁한 물속에서
혼절하는 꽃이여
·시 읽기: 시인의 처녀 시집 '내부로 흔들리는 꽃'(1979)에 실린 시이다. 연꽃은 "태양도 목말라 돌아누운" 한여름 푹푹 찌는 찜통더위 대낮에 더러운 연못의 진흙 속에서 생명을 얻어 태어났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수면 위로 우뚝 솟아올라 맑고 깨끗하게 피어난다. 이것은 연꽃의 순결성을 상징하는 전통적 상징이다. 여기서 연꽃의 순결함은 유교적 군자의 상징이요, 불교적 극락세계의 상징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