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헌성 / 시인·현대문학 시 등단

애초 갓난이
나라가 있고 하느님 있었어?
 
세상이
옳음의 편 가르기에 망했지.

·시 읽기: 《문장21》 19호(2012)에 실린 시이다. 시적 화자는 인간이 옳고 그름에 따라 '편 가르기'를 일삼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위라 말한다. 그 '편 가르기' 때문에 세상이 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애초 인간은 이 세상에 올 때 갓난아이로 시작한다. 그 갓난아이 시절에는 '나라(국가)'도 '하느님'도 모르는 맑고 밝은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 '나라'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 속하여 살고, 하느님이라는 절대자에 기대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아가 인간은 틈만 나면 옳고 그름에 따라 '편 가르기'를 일삼는다. 이 '편 가르기' 때문에 세상의 옳고 그름이 대립하고 충돌한다. '편 가르기'가 "어떤 구성원들을 이권이나 관계 등에 따라 우리 편, 남의 편으로 나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듯, 사람은 온갖 무리를 지어 편을 가르고 대립하는 삶을 살아간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대립 때문에 인생도 망치고, 나라도 망치고, 세상도 망친다. 그렇게 망치게 됨을 뻔히 알면서도 그 잘못된 행위를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시적 화자는 그 잘못된 인생을 진술하면서 '편 가르기'를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이가 '갓난아이'처럼 깨끗한 초심으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갓난아이 때 지닌 천사와 같은 순수성을 화들짝 깨워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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