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항 재개발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①]고현항 재개발 , 과거와 현재

2008 거제시·삼성중공업 업무협약 본격추진…항만재개발 기본계획 등 일련의 행정절차 진행
2011 삼성중 사업포기 일시중단…해수부, 지난 9월 거제빅아일랜드PFV(주) 협상 대상자 지정

그러나 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삼성중공업이 2011년 7월 사업포기의사를 시에 알리면서 일시 중단됐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로 금융권으로부터 PF(project financing) 대출이 어려워진 것이 이유였다.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던 고현항재개발사업은 2012년 4월 거제시가 민간투자자를 공개 모집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00여 일간의 공개모집 후 시는 같은 해 8월 고현항 재개발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부강종합건설(주)ㆍGS건설(주)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올해 2월 사업협약을 공식 체결했다.

이후 지난 9월 해양수산부가 고현항재개발 협상 대상자로 거제빅아이랜드PFV(주)(고현항재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시행사인 부강종합건설과 시공사인 GS건설, 교보증권 등 금융권 3개사 등이 참여했다)를 지정한 상태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고현항 재개발사업은 총사업비 6300여 억원을 투자해 여객부두 및 일반부두를 새롭게 설치하고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공공용지 22만6000㎡, 주거용지 17만㎡, 상업 및 업무용지 7만5000㎡ 등의 부지를 조성하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고현항 재개발사업이 항만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바다를 매립하는 사실상의 신도시 조성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국 주요항만의 낙후된 항만재개발사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찬혁 사무국장은 "사업계획 입안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주민재난 대책이나 환경오염, 교통영향, 도심권 쇠락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논의가 없었다"며 "고현항 재개발사업은 엄연한 항만재개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항만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채 항만개발에 대한 부속사업으로 진행돼야 할 매립사업만 집중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또 고현항 재개발사업에 투입되는 공사비용도 비슷한 규모의 사업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근 창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마산해양신도시 총공사비가 고현항 재개발사업에 비해 절반가량인 3500억원으로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지 사무국장은 "조선부지 확보를 위해 매립 신청했던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매립단가는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면서 "사업자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매립토 확보방법 등에 대한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고현항 재개발사업은 매립으로 조성된 부지 60% 이상을 개인사업자가 주택용지와 상업지 등으로 분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굳이 해양수산부가 국가사업으로 인허가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제경실련 노재하 사무국장은 "침수문제와 교통난 문제, 기존 상권의 붕괴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파악되고 있는데도 행정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 "지역사회와 건설적인 논의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추진만 강행한다면 구성원들의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길종 도의원은 "고현항 매립이 마무리되는 2019년의 경우, 전국적인 인구 감소는 물론 지역에서도 주택부족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1만 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지역에 공급되는 실정에서 수십만평의 택지개발이 필요한지 여부는 보다 명확히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업자 측에서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도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매립지의 복합도심지구에 들어설 아파트의 경우 최소한 평당 1000만원 이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현항의 미래를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항만은 내륙도시 개발과는 달리 시민의 수변공간에 대한 접근성, 휴양, 레저 등의 성격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항만 재개발사업의 경우 상업과 업무 등의 기능이 강화되면 민간기업의 참여가 활성화 돼 개발에 드는 공공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시민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공공성과 개발비용의 상관관계에서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간면적이 좌우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기능과 시민휴식 및 레저 등 문화의 기능 가운데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가의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어떠한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는 자연환경, 기반시설, 경제성장 방향 등 다양한 환경들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선택도 중요한 결정 요소 가운데 하나다. 즉, 시민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고 전문가들의 제언을 수렴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때 고현항 재개발사업은 거제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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