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경사도 완화 ①]산지경사도 완화 논란, 득인가 실인가

개발과 보존은 양립할 수 없는 문제인가. 자연친화적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서도 자연은 훼손되고 그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무조건적인 보존은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명제와 대립하며 여전한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대한 자연을 보전하며 개발을 이뤄가야 한다는 이들과, 보존해야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불가하다는 이들의 논쟁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거제시는 조례를 통해 개발행위허가를 산지평균경사도 20도 미만인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른 모양새를 띄고 있다. 평균경사도라는 일종의 허점을 활용해 산 중턱에서도 개발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경관이 좋다고 여겨지는 곳에는 위치를 막론하고 각종 건물들이 들어선다. 도심 인근에서는 급경사 등의 위태로운 곳에서 중장비가 진입해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삼성 협력업체의 기숙사 부지가 산지평균경사도 20도를 넘어서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거제신문은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산지경사도 논란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이며 거제와 인접한 각 지자체의 무분별한 난개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도심지역 중심으로 무분별한 난개발 계속, 개발행위 가능한 평균 경사도 현행대로 유지 주장 우세
전체 면적 중 산지비율 71%, 개인 재산권 침해 완화 및 가용용지 확보 위해서는 25도로 조정 당연

▲ 개발행위가 가능한 산지평균 경사도를 현행 20도에서 25도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재해위험성 확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산지경사도 완화, 난개발 일등 공신

현재 거제시 도시계획조례 제18조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에는 개발행위허가 대상 토지의 평균경사도는 20도 이하인 토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1년 5월 조례제정 당시에는 21도 미만이었던 것이 2003년 5월부터 2007년 2월까지는 15도 미만으로 강화됐고,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20도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난개발 차단과 재해 위험지 양산 저지라는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산 중턱까지 개발행위가 진행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개발 억제를 위한 산지평균 경사도가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거제시의회가 기름을 부었다. 개발이 가능한 평균경사도를 25도로 완화한다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도내 타 시군과 비교해 과도한 개발규제로 특정지역에 과밀화만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집행부에서 평균경사도를 완화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는 막무가내로 조례안을 상정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상임위를 통과했다가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또 다시 상정된 안건은 상임위에서 심사 보류되는 등의 수모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시의원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갈렸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경사도 완화를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시의회를 압박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언제든 개정 조례안이 재상정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조례 개정 불가를 외치고 있다.

산지경사도를 완화하는 것은 거제시 도시계획 조례가 정하고 있는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성장을 지향하는 도시계획 및 관리의 기본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통해 해양관광도시로의 발전전략을 지향하는 거제는 난개발 억제와 자연경관의 보호가 최우선 가치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과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개발대상토지의 평균 경사도를 20도에서 25도까지 완화하면 개발가용면적이 전체면적의 37%에서 47%로 늘어나게 된다"며 "특히 전체적인 평균경사도를 적용하는 허가기준상, 실제 경사도가 50%가 넘는 산지라도 평균경사도가 25도에 미달하거나, 평균경사도를 낮추는 편법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받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중턱까지 무분별한 건축과 난개발이 진행돼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일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며 "지역 토질의 특성상 점성이 약한 토양으로 인해 비탈지의 난개발 확대는 재해 위험지를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지의 각종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경사도 규정의 개정은 장기적 도시발전과 도시경관의 조화, 개발 가용지 확보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후 시민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신중히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거제시 전체 면적 가운데 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71% 가량이다. 수치상으로 본다면 개발가용 면적이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 가용부지의 일부 확보를 위해 경사도를 완화하는 것은 더 큰 문제점을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할 수 있다고 하나 사실상 조례가 허용한 상태에서 완전한 규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사도 완화 논의와 함께 또다른 논쟁거리는 평균 경사도 측정 방법이다. 실제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는 개발행위 현장은 산지의 평균 경사도 20도 이하를 지키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이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 과정에서 일정부분 편법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평균 경사도의 경우 측정 위치와 방법에 따라 5도 가까이는 차이를 보일 수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일률적이고 전체적인 개발 보다는 부지를 여러개로 쪼개 개발하는 경우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한(46) 모씨는 "문동지역과 소오비지역 등을 가다보면 어떻게 산꼭대기 인근에 집을 지을 수가 있을까하는 의문점이 들 때가 많다"면서 "아무리 공법이 발달하고 안전에 유념한다고는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는 현재의 기상 특성 상 큰 재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도 허가기준 개선으로 가용용지 확보

산지 평균경사도 완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 완화와 도시계획과 부합하는 가용용지 확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의 경사도 허가기준 운영에 있어 6개 시·군을 제외한 12개 시·군에서는 일정기준을 정해놓고 그 범위를 초과한 사항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또는 심의를 거쳐 허가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 경사도의 획일적 운영으로 인한 과도한 개발규제로는 더 이상의 지역발전이 어렵다는 논리다. 특히 거제는 교통기반시설 등은 획기적인 변화를 이뤘지만 현행 개발행위제도로는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계획적인 개발로 난개발예방은 물론 지역균형발전과 가용용지 확보를 위해 경사도 허가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현 상황에서는 평균경사도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개발업자들이 사업성 조사도 없이 개발행위 허가를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개발에 따른 실질적 성과가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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