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항해에 비유한 건축주의 남다른 철학이 담긴 아름다운 건축물

"가우디는 바그너와 세잔 및 그 외의 예술가와는 반대로 바르셀로나에서 혼자 혁명을 시작했다. 이리하여 우리는 지도 위에 카탈루냐의 위치를 표시하듯 미술사에서도 카탈루냐 지방의 위치를 표시함으로써 다른 국가와 다른 분야의 천재들이 했던 모든 것, 앞서간 예술가들이 했던 모든 노력을 단 혼자의 재능으로 일궈낸 가우디를 발견하게 된다."

스페인 카탈루냐는 최근 축구 FC바르셀로나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그 전부터 건축의 천재 '가우디'로 더 유명한 곳이다. 한 사람의 건축가가 아름다운 건축을 통해 그 지역 전체를 세상에 알린 것이다. 자연관광자원이 풍부한 거제는 그렇다면 바르셀로나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이 도시의 상징이 될 수 없을까.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곳이 바로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일명 해금강)에 위치한 '보이지(Voyage·항해)'라는 건물이다.

처음 이 건물은 펜션으로 계획됐지만 현재는 명확한 용도 없이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이다. 보이지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을 상대로 건축업을 하고 있는 동부면 출신의 원창선 회장 개인소유 건물로 남다른 건축 철학이 담겨있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거제에는 이에 걸맞는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원 회장은 해금강의 아름다운 풍경에 인생이라는 철학을 담아 '보이지'를 지었다고 한다.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 원 회장은 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건물을 항해하는 '배'의 모양으로 지었다. 건물의 정면에 위치한 바다를 향해 금방이라도 나아갈 듯 보이지는 그렇게 서 있다.

보이지가 서 있는 바로 앞 바닷가 풍경은 베트남의 하룽베이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직접 기자가 방문해 확인한 결과 저 멀리 보이는 섬과 작은 몽돌해수욕장이 들어선 만(灣)의 풍경은 하룽베이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보이지를 지을 당시 원 회장의 생각은 거제관광의 1번지인 해금강이 제 기능을 못하고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는 것이다.

노후화 된 건물과 무질서하게 들어선 횟집 등으로 인해 관광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느꼈다는 것. 그래서 그가 생각한 것은 환경과 조화를 이룬 예술성 있는 건물이며 이를 통해 현실화 된 것이 '보이지'라는 건물이다.

해금강에 가면 보이지는 금방 찾을 수 있다. 주차장에 내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독특한 형태의 건물을 찾으면 바로 그 건물이 보이지다. 이미 6년 전에 완공했기 때문에 거제시민 중 이 건물을 아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가 원 회장의 이런 철학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보이지는 수리중이기 때문에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원 회장과 인연이 있는 지인들이 휴식을 겸한 용도로 가끔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초 보이지를 방문했을 당시 운 좋게 원 회장의 부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이지에서 들어서면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좁은 만을 지나 탁 트인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정말로 베트남의 하룽베이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금방 하룽베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가 다른 느낌이 스쳤다. 강호한정(江湖閑情)과 같은 느낌이랄까.

이날 방문에서 만난 원 회장의 부인은 보이지가 기사화돼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이 건물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특히 그는 주변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어려운 공정을 거쳐 절벽 위에 건축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밤에 누워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파도소리, 자갈 구르는 소리 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간직된 곳이 보이지이다"며 "장사를 해보겠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고의 풍경을 가진 건물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용도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살짝 귀띔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취미도 살리고 주변의 풍경과 함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원 회장도 보이지를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중국 계림의 유명한 관광자원인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와 같은 야외 공연장을 꿈꾼다고 밝혔다.

중국의 거장 장예모(張藝謨) 감독이 연출한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스케일의 퍼포먼스인 이 공연은 계림 이강(離江)의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 같은 야외 공연장을 원 회장은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원 회장이 만든 보이지는 앞으로 그의 생각이 반영될 경우 거제의 확실한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주말, 지금의 '보이지'를 사진에 담을 수 있도록 해금강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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