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포의 기둥으로 다시 일어서는 '장승포청년회'

대대적인 조직 정비로 최근 부진 탈피 노력…기금 확보 위한 수익창출에도 박차
지역경제 활성화, 깨끗한 장승포 만들기, 경로효친 전통 계승 위해 회원 힘 모아
200여 명 노인 초청하는 경로잔치 '총력'…타 단체와의 연계 사업에도 '의기투합'

장승포는 아픔과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다. 일제 시대에는 넉넉한 수산자원과 비교적 풍부한 노동력 덕분에 송진포에 주둔한 일본 해군의 어업기지로 활용됐으며, 광복을 앞두고는 미군의 공습을 받기도 했다. 그 때문에 촌장 이름을 딴 '이리사 촌'이라는 집단 이주촌이 형성됐으며, 그 영향으로 지금도 일본식 가옥이 많이 남아있다.

1995년 시·군 통합이 있기 전까지 장승포는 거제 전역에서 가장 번창한 곳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통합 이후 옛 신현읍과 옥포를 중심으로 거제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장승포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도 옛 신현읍 지역은 고현과 장평을 중심으로 상문·수양동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옥포 지역도 옥포1·2동에 뒤질세라 아주동이 신 도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하지만 장승포는 오히려 인근 능포 지역에도 밀려날 판국에 내몰렸다. 심지어 '불꺼진 장승포'라는 닉네임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될 정도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에는 '장승포 지킴이'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옛 장승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그 중심에는 장승포의 부흥과 함께 조직의 재탄생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승포청년회(회장 정종화)'가 그들이다.
 
◇ 뼈를 깎는 마음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새 천년 초반인 2002년에 태동한 장승포청년회는 최근 몇년 동안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다. 왕성한 활동은 차치하고라도 조직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될 정도로 그 존재 가치가 미약했다. 임원진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끌어올려 조직 정비에 나섰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장승포동 출신과 현재 장승포동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뭉쳐 회원 상호간의 협동심 조성과 애향정신 함양으로 지역발전과 후배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자는 청년회 탄생 배경도 무색해졌다.

이에 지난 1월 취임한 11대 정종화 회장을 중심으로 이번 임원진은 큰 틀에서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단순한 조직 재정비가 아니라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원래의 청년회 탄생 취지를 살리자는 대대적인 개혁이다.

정 회장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회원들은 과감하게 정리를 할 생각"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40명 가량 되는 회원을 절반 정도로 줄일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청년회의 가장 큰 화두는 조직 정비"라며 "정말 열심히 활동을 할 수 있는 회원들로 다시 한번 똘똘 뭉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장승포동에서 태어났거나 현재 장승포동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지만 회원들의 면면을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다.

임원진의 심의 절차를 거쳐 임원 ⅔ 찬성이면 신입회원 자격이 부여되지만 여느 때보다 심의 절차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본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 탈퇴가 가능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청년회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제반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는 임원진의 의결에 의해 강력하게 탈회시킬 계획도 함께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임원진은 2002년 11월1일 만들어져 이후 5∼6차례 개정한 정관(회칙)을 지난해 12월14일부로 개정했다. 그러면서 초창기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견실한 청년회를 만들기 위해 역대 회장단 모임을 결성해 선·후배간의 정을 나누며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또 조직 유지의 근간인 회비가 월 5000원(연 6만원)으로 적기 때문에 기금을 늘리기 위한 수익사업 창출 등도 고려하고 있다. 매월 임원진 회의와 전체 회의 등 모임을 정례화 해 결속력을 더욱 다지는 것도 물론이다.
 
◇ 하나 하나 보듬어 안아 '따뜻한 조직으로'

청년회는 장승포 지역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을 계승 발전시키고, 웃어른을 존중하는 문화를 가장 큰 미덕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건강한 정신과 아름다운 마음은 물론 선·후배 간의 우애와 신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청년회는 △지역경제 활성화 △동민과 함께하는 청년운동 △맑고 깨끗한 장승포항 살리기 △경로효친의 전통문화계승 △타 단체 연계 활성화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청년회는 매년 1월 해맞이 행사를 시작으로 상반기에는 일일 만남의 장, 경로위안잔치, 동민체육대회 지원 등을 해왔으며, 7월 청년회 단합대회로 반년을 돌아다봤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장승포항 및 해안도로 청소와 타 단체 초청 체육행사, 시민의 날 행사 지원, 회원 등반대회 등을 거쳐 12월 정기총회로 한 해를 마무리 지어 왔다.

올해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청년회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해맞이 행사로 계사년을 맞이했다. 해마다 장승포를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해맞이 행사와는 별도로 행사장 입구에서 무료 커피와 차 제공 행사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청년회는 올해는 공식 해맞이 행사가 취소되자 자체적으로 뜻을 모아 주민자치위원회·바르게살기위원회 등 다른 단체와 힘을 모아 별도의 행사를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깨끗한 장승포를 만들기 위해 매 분기 1회 이상 환경정화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다른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라는 행사는 가급적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로 방침을 모았다. 또한 장승포지구대와 힘을 합쳐 야간 방범 활동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청년회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행사는 경로잔치. 청년회는 5월이나 10월 중 적당한 날을 선택해 주민자치위원회 등의 협조를 구해 대대적인 경로잔치를 벌일 계획을 잡고 있다. 대략 200여 명의 노인들을 초청할 계획인 경로잔치는 주민자치위 프로그램 수강생들과 초등학교 풍물패·사물놀이단 공연은 물론 흥겨운 잔치마당이 될 수 있도록 노래자랑 등도 열 계획이다.

또 푸짐한 식사 대접은 물론 영화관람, 기념품 등도 마련해 보다 내실을 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어르신들이 있기에 지역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점차 퇴색돼 가는 경로효친사상을 확산하기 위해서라도 경로잔치는 많은 준비를 거쳐 완벽하게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년회는 조직 기금을 확충하기 위해 수익사업도 생각하고 있는데 하절기 관광철을 맞아 장승포유람선 이용객을 대상으로 냉동생수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조직 기금 확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세운 사업 중 하나다.

정 회장은 "생수를 팔아 얼마나 많은 기금을 모으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단순히 기금 확충을 위한 판매뿐만 아니라 거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의 일부분"이라며 "여의치 않은 경우를 대비해 다른 수익사업도 꾸준하게 창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남도가 발표한 올 상반기 지방관리항만 인프라 확충사업에 '장승포항 친수시설 설치공사'가 포함돼 88억여 원이 투입된다는 '낭보'가 전해져와 이래저래 장승포는 모처럼 활기를 띄게 됐다.

기존 여객터미널 부지 2만여 ㎡ 매립을 통해 조성될 신규조성부지에 연식파고라, 지압로, 조형벤치, 주차장, 녹지대 등이 들어서게 되면 관광객 유치는 물론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도 이끌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게 되는 셈이다.

거제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내몰리며 시나브로 잊혀져가고 있는 장승포. 화려하고 아름다운 옛 장승포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청년'들. '동반 도약'을 꿈꾸는 청년회와 장승포가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 뒤로 화려한 햇살이 내리쬘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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